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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와 함께라면 Mar 22. 2023

반려견 올림픽이 있었다면…

못 말리는 천방지축 태리와의 동거(8)

태리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갈 때 나 스스로 태리에게 약속한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원 없이 산보를 시켜주는 것이었다.      


태리가 태어난 환경은 반려견에게는 이상향과도 같은 곳이었다. 우선 잔디마당이 넓고, 100평도 넘을 것 같은 너른 곳에 잘 자란 잔디, 부견 모견도 같이 살고 형제들과 하루 종일 뛰어놀고 다 같이 모여서 편한 잠을 잘 수 있는, 주변에 다른 집들도 없어 울타리도 없는 그런 집이고 환경이기 때문이다.  

   

처음 태리가 가평에서 살게 된 집은 대지가 1,500평이나 되는 너른 공간이었지만 너무 넓은 탓에 울타리가 처져있지 않아 마음대로 풀어놓을 수가 없었다. 집 바로 뒤는 산으로 이어져있었다. 아침과 저녁에는 앞산, 뒷산, 주변도로 등으로 짧은 산보를 데리고 다녔고 낮 시간에는 한두 번 마당에서 놀게 했다.     

 

처음 태리를 데리고 운악산에 갔을 때에는 내가 빠른 걸음으로 올라가면 힘에 겨운지 헐레벌떡 뛰어와서 먼저 가지 말고 안아달라는 제스처를 보이고는 했다. 아침 산보 때 내가 뛰면 태리도 덩달아 뛰어서 따라왔고 그때마다 힘이 드는 눈치였다. 다소 힘들어하는 그 모습이 귀여워서 나는 더 열심히 뛰고는 했다.   

태리가 가평에 온 지 보름쯤 지나서, 그러니까 태리가 태어난 지 두 달 반이 되었을 때 처음 운악산으로 등산을 갔다. 태리가 운악산 초입 일주문 오른쪽에 앉아있다.

  

태리는 달리기에 근성이 있었다. 태어난 지 석 달도 안된 아이가 산길 험한 경사에서도 포기하는 법 없이 열심히 시도해서 결국은 통과해 냈고 나에게도 지기 싫어해서 힘들어도 끝까지 쫓아오고는 했다. 힘들어 지친 태리를 안고 오는 길은 어찌나 흐뭇하고 재미있던지…      


홍길동이 그랬다던가? 키가 큰 나무 묘목을 심어 놓고 매일 뛰어넘다 보니 나무의 키가 사람의 키보다 몇 배나 커도 이를 능히 뛰어넘었다던… 태리가 그랬다. 아침마다 뛰는 태리의 주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태리가 가평에 온 지 보름쯤 지나서 처음으로 운악산을 데리고 갔다. 뒷산에서도 제법 잘 따라오길래 아주 천천히 가면 운악산 정상까지도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태리는 결코 포기하는 일 없이 운악산 정상 등정을 시도했다. 하지만 아직 어린 강아지에 불과했던 태리에게는 무리였던 것 같다. 태리가 산행 중 휴식시간에 지쳐 누웠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완전한 오판이었다. 생후 두 달 반 밖에 안 되는 강아지가 성인 등산시간이 4~5시간이나 걸리는 해발 937미터의 산정상을 오르는 일은 역시 무리였다. 


태리는 끝까지 나를 잘 따라왔지만 정상까지 약 1.5km를 남겨두고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이어서 그날은 등정을 포기하고 내려왔다. 태리도 무척 힘든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 나름대로는 어린 태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태리가 3개월 차 되던 때였다. 그날도 산보를 마치고 달리기 코스에 접어들어서 내가 먼저 뛰기 시작했다. 태리도 뛰면서 쫓아왔다. 그러다가 둘이 거의 같은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서로 지기 싫어 죽어라고 뛰는, 사람과 개가 달리기 하는 희한한 모습이 연출되었다.     


그렇게 얼마나 뛰었을까? 전속력으로 한 100미터? 150미터? 나는 숨이 가빠 도저히 더 이상 뛸 수가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나는 멈췄다. 그리고 주저앉았다. 태리는 저만치 더 뛰어갔다가 여유 있게 돌아와서는 꼬리를 흔들며 내 얼굴을 핥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태리와의 달리기에서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태리는 너른 공터에서나, 산에서나, 반려견 놀이터에서나, 언제 어디에서나 잘 달리고 잘 뛰어놀았다. 반려견 올림픽이 있었다면 열심히 뒷바라지를 해서 태리를 세계적인 달리기 선수로 만들었을 텐데…    

 

반려견 올림픽이 있거나 없거나 태리는 훌륭한 달리기 선수다. (8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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