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트>

‘우리의 대화는 얼마나 솔직할까’

by 강치우

우린 자주 언어의 신비로움을 잊고 살아간다. 밥을 먹는 것보다 더 자주 말하고 듣고 쓰기 때문이다. 지난 역사를 돌아봐도, 우린 언어로 소통하고 단합하며 갈등을 겪고, 말로 사랑을 시작하곤 한다. 질문하고 명령하고 회유하며 과학과 같이 인간의 삶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소설이 되고 시가 되어 예술이 되기도 한다.

학창 시절 과학을 배우며 ‘멀리 떨어진 행성에서 나를 바라볼 수 있다면 그만큼의 시간이 지난 후의 내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가설에 큰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이론적으로 맞는지는 모르겠다. 필자는 과학을 사랑하는 지독한 문과이기 때문이다.) 그때 문득 든 생각은 그럼 내 미래는 이미 정해진 것인가? 였다. 이미 어렸을 적부터 운명론적 삶을 살아간 것이다..

‘컨택트’는 위에서 언급한 두 주제인 언어(소통)와 운명이라는, 얼핏 동떨어져 있어 보이는 주제를 ‘갑작스러운 외계 생물의 방문’이라는 수단을 통해 잘 엮어낸 작품이다. 언어학자인 주인공 ‘루이스’가 외계 생물과 소통하여 왜 지구로 왔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기 위한 과정이 큰 줄기를 이룬다. 그 과정에서 외계 생물과 심적 유대감이 쌓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갈등이 생기기도 하며 마치 서로 다른 두 문명에서 살아간 인간의 만남과 같이 가까운 듯 먼 긴장이 연출된다.

시제가 없는 외계 언어를 연구하던 루이스는 본인의 미래를 알게 되고, 외계 생물은 먼 미래에 인류가 우릴 도울 것이기에 지금 루이스에게 미래를 선물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즉, 외계 생물은 본 작품에서 맥거핀에 가까웠던 셈. 영화의 주제는 자연스레 ‘외계 생물의 침공’에서 ‘어떻게 흐를지 알고 있는 인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로 전환된다.

흥미로운 점은 루이스는 주어진 미래를 바꾸려 노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저 더욱 충실하게 그 미래를 살았다. 극 후반부 등장인물인 ‘이안’이 대사로 비췄듯, 그저 더욱 그 순간에, 그 감정에 솔직하게 살아간 것이다.

영화를 가만히 보다 보면, 이 작품이 보여주고자 하는 ‘인생’이 사랑하는 과정과 매우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루이스는 외계 생물과의 소통을 통해 미래를 알게 되었지만, 사실 우리 역시 그 미래를 잘 알고 있다. 우린 태어난 후 언젠간 죽을 것이고, 그 사이 수많은 선택과 사랑하는 이들과 갈등, 다툼 후 또다시 사랑하고 같이 걸을 것이다. 그저 그 디테일을 알지 못할 뿐.

서로 같은 것과 다른 것을 공유하는 우린 다름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 다름을 받아들이기 힘이 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사랑하는 가족 혹은 연인을 위해 아플 걸 알지만 감내해 보고 감정에 더욱 솔직해져 보자는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솔직하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용기와 지혜가 필요한지 알기 때문이다.

이런 주제를 전하는데 드니 빌뇌브의 연출은 매우 훌륭했다. 코스믹 호러를 일으키는 미지의 무언가를 그려내는데 역시 탁월했고, 최근작 ‘듄’에서도 잘 나타났듯 웅장한 음악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SF물의 묵직함을 그대로 살려냈다. 후반부에는 회상을 섞어 서정적인 분위기도 잘 연출해 내어 영화의 주제를 완벽하게 그려냈다. 특히 우주선 내 중력을 이용하는 연출이나 외계 생물의 디자인 등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연출이 매우 훌륭했다.

문득 나의 소통 방식을 돌아본다. 너무 많은 것을 숨기진 않았는지,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는지. 솔직한 대화가 곧 화해와 용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어느 방향으로든 그 관계를 한 발짝 더 나아가게 해주리라 믿는다. 이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에게도 솔직한 밤이 되길, 더 편한 밤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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