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보이의 노래>

‘장황하게 늘어낸 어른들을 위한 짧은 동화들’

by 강치우

제목을 지어놓고도 장황하게 늘어놓은 짧은 동화라는 모순된 문장에 주저하게 된다. 그러나 나의 짧은 식견으로는 이보다 더 이 영화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이 없다. 동화는 어린이들에게 재미와 흥미로움을 선사하는 한편, 인생에 대한 다양한 가르침들을 부드럽게 내포하여 교훈을 준다. 그러나, 이미 삶에 찌들 대로 찌들어버린 어른들에게 교훈이란 가끔은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것이다. 수도 없이 들었지만 교훈대로 살기엔 너무 벅차기도 하다. 그렇기에 코엔 형제의 ‘카우보이의 노래’는 에피소드마다 등장인물의 신념을 담은 장황한 노래나 일장 연설을 통해 그 지루함을 인정하면서도 인물이 놓인 다양한 상황을 코믹스럽게 잘 버무려 한 편의 동화집을 엮어냈다. 실로 효과적인 전달 방법이다.


영화는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이 되어 있고, 각 에피소드는 아주 기본적인 교훈들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자만하지 말 것이라던가 나쁜 짓을 하면 요행으로 불행을 빗겨 나가도 결국 죄를 받게 된다는 것,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죽음’이다. 자만한 사람,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 혹은 너무 보편적 가치에 충실했던 사람 등의 죽음으로 하여금 가장 망각하기 쉬운 교훈들을 과격하지만 그만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우린 웬만한 자극에는 충분히 길들여진 ‘어른들’이기 때문이다.

‘카우보이의 노래’ 의 관람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를 뽑을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다양한 유머코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장황한 서사를 끝까지 볼 수 있게끔 이끌어 준 것은 슬랩스틱과 시대에 맞는 썰렁한 유머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뜬금없는 행동들, 이를 한데 묶는 만화적 연출들이다. 이 장황한 서사들에 방해가 되지 않게 적당한 유머를 끼어 넣어 즐기게끔 한다. 두 번째는 그러면서도 에피소드가 점점 무거운 주제를 내포한다는 것이다. 처음에야 유년기의 학생들에게 할 만한 교훈들을 늘어놓다가 어느새 어른들이 고민하는 철학적 논의까지 이어진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바라보다 어느새 무겁게 몰입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지막은 에피소드의 시작에 등장하는 구절들이다. 영화 자체가 책을 넘기는 듯한 연출을 띠고 있기에,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 주제가 되는 문장과 첫 구절을 글로써 보여준다. 이를 상기하며 극을 천천히 음미하는 재미가 상당하다.

1번 5번 에피소드는 이미 소셜미디어 등지에서 숏폼으로 매우 유명하다. 그러나 필자가 진정 추천하고 싶은 에피소드는 마지막 에피소드인 시체다. 모든 에피소드들이 죽음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시체는 죽음 그 자체를 가장 심도 있고 철학적으로 다루는 회차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다섯 명의 주인공이 정신없이 떠드는 사이 어느덧 결말을 맞이할 때 머리가 띵한 느낌을 준다. 기본적 욕구에 충실한 나의 모습과 실제 나의 모습, 그리고 내가 바라는 모습이 죽음에 가까워졌을 때, 나는 과연 어떤 모습에 가까워져 있을까. 우린 머릿속에 늘 이상향을 가지지만, 현실에선 이런저런 이유로 그에 다가가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잘못된 삶이었다고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함에도 결국 죽음으로 삶의 문이 닫겼을 때,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그저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자는 의미로 다가왔다. 그러나, 주어진 결말이 없는 에피소드인 만큼 그 해석이 매우 무궁무진할 것이다.

유혈이 낭자한 서부극이라 주의가 필요하긴 하나,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총질이 난무하는 아주 거친 작품은 아니다. 조금 더 서정적이면서도 발랄한 면모가 있는 작품이다. 특히 서부시대를 재현한 연출은 그렇기에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광활한 대지 위 한 마리 말 혹은 노새를 끄는 카우보이, 그것이 아마 서부시대 미국 거의 전역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또한,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매우 어둡고 경직된 분위기도 잘 연출하여 더욱 재미를 주었다. 에피소드마다 끊어서 봐도 좋지만, 쭉 이어서 보면 더 깊은 맛이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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