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시대'
‘설레는 댓글창 열기’. 우스꽝스러운 영상이나 제작자는 진지한데 보는 사람에게는 다른 반응을 불러오는 영상을 보면 꼭 하나씩 있는 댓글입니다. 한국인들이 워낙에 재치 있는 탓에 우스꽝스러운 영상에 더 우스꽝스러운 댓글로 저를 웃겨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요새는 댓글창을 열기가 꺼려집니다.
특히 인플루언서 분들의 피드 혹은 정치적 메시지가 있는 피드는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원색적인 표현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타인에게 대문자 F로 분류되는 저는 (물론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짜 냉정하거든요.) 해당 댓글에 대신 상처를 받은 것 마냥 황급히 댓글창을 내리곤 합니다.
그래서 제가 내린 임시방편은 따듯한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강아지 영상, 아이들의 순수함, 가족애.. 덕분에 제 인스타그램 돋보기 칸에는 이름 모를 어느 미군 파병 용사의 귀환과 아기에게 팔베개해주는 골든 리트리버의 영상이 다수 있습니다. (부럽죠?)
철학책 서론 읽기를 즐기는 저는, 더 이상 진도가 안 나가는 것이 아니고 진짜로 서론만 즐깁니다, 언젠가 ‘모든 인간은 동물적 행복을 추구하는 과를 저지른다.’ 는 내용을 보았습니다. 동물적 행복은 자기 자신과 상대를 파멸시키는데서 오는데, 이를테면 남의 것을 빼앗고, 내가 더 많이 가지고 싶어 하게 되는 행동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면 중세부터 현대사 초까지 일어난 전쟁의 역사를 들 수 있겠습니다.
상대를 왜 이렇게 미워할까? 하는 질문에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생각이 다른 지점을 통해 날카로운 말로 상대를 아프게 하고 거기에 주변인들이 동조까지 해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죠. 그러나 본인의 댓글에 대댓글로 투기장이 열리는 순간 댓글을 쓴 본인도 신경이 쓰이고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과 상대를 파멸시킨다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셈이죠.
우린 어릴 때부터 수많은 경쟁에 노출되었습니다. 학교에선 공부를 잘해야 했고, 좋은 대학에 가 좋은 직장을 잡으면 주변의 부러움과 칭송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그럴 순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아쉽게 대학에 진학을 하지 못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인정받지 못하는 일자리를 다니기도 합니다. 그러나 경쟁에 익숙한 우리는 그런 과정 속의 좌절을 또 다른 누군가를 다시 좌절시키는 방식으로 해소해야 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과거 고등학교에 다닐 때 토론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한 기억이 납니다. 담당 선생님께서 첫 시간에 ‘정반합’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죠. 내 생각과 상대의 생각이 다를때 서로 생각을 나누어 더 큰 의미를 만들어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럼에도 18살의 저는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제 말이 맞다고 땡깡을 부렸습니다만, 시간이 더 흐를수록 선생님의 말씀을 깊이 이해하게 되는듯합니다.
경쟁이 나쁘진 않습니다. 더 나아지려는 노력이 우리에게 엄청난 발전을 가져다주었죠. 그 결과 우리는 이런 무더운 여름도 시원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고, 원하는 정보를 바로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환경을 잃었고 남을 시기질투하게 되었습니다.
다가오는 세상에서도 경쟁의 심화가 유효할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극단적 경쟁 속에서 퍼지는 혐오는 곧 나와 상대가 아닌 세상의 균열을 가져올 거라는 겁이 납니다. ‘인류세’라고 불리는 환경의 극단적인 변화 속에서 어쩌면 우린 누리고 있는 것을 다수 포기해야 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습니다. 즉, 여느 때보다 대화가 더 필요하고 믿음과 약속의 시대가 필요한 것이죠.
생각이 다른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내 생각이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것 역시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내 생각이 맞으니 네 생각은 틀리다는 식의 접근은 이젠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생각합니다. 이젠 서로 사랑하고 양보하고 기쁨을 나누는 것으로 내 행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P.s 따듯한 영상을 보며 절대 잠금화면을 잘못 누르지 마세요. 검은 화면에 베개에 짓눌린 채 눈물짓고 있는 나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경험담임)
P.s2 위에 쓴 글이 마음 쓰여서 더 남깁니다. 여러분들은 존재 자체로 아름다운 분들입니다. 무슨 일을 하시던 지금 어느 위치에 계시던 절대 기죽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