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자기개발서'
영화 이야기를 자주 나누는 한 선배와의 대화에서였다. 마틴 스콜세지의 ‘택시 드라이버’를 막 감명 깊게 본 후였고,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하던 차였다. 평소 짓궂은 농담을 즐기던 선배는 내게 3대 위험한 영화 -그의 주장대로라면 택시 드라이버, 조커와 파이트 클럽이다- 를 이야기하는 것 보니 나와 멀어질 때가 되었다고 이야기하였다.
파이트 클럽은 개봉 당시 평단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린 작품이었다.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배우들의 명연, 브래드 피트의 울퉁불퉁한 근육이 반사회적이고 파괴적인 내용을 미처 다 가려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렴풋이 처음 접했을 때가 떠올랐다. 영화는 지루할 틈이 없었고, 쉴 새 없이 휘몰아쳤지만 화려한 엔딩의 끝은 ‘그래서 뭐 어쩌자고..?’ 였다.
인간은 내면에 또 다른 나를 가지고 살아간다. 원하는 많은 것을 감추고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영화 안에서 ‘나레이터’는 이러한 욕구를 이케아에서 가구를 구입하며 일부 해소하고 살아간다. ‘타일러 더든’은 물질세계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한 욕구를 꺼내야 한다며 파이트 클럽을 창설하고, 이 클럽을 테러 단체로 변모시켜 세상을 리셋할 계획을 수립하기 이른다. 우린 누구나 폭력적인 한 면을 가지고 있다. 이 중 그 누가 나를 괴롭히는 상사, 선임의 얼굴에 강한 펀치를 내리꽂는 상상을 안 해본 사람이 있으랴.
그렇다면 우리 모두 테러 단체가 되어 이 모순으로 가득한 세상을 뒤엎어야 하는 걸까? 하는 물음에서 우리는 이 영화와 부딪힌다. 나는 조금 힘을 빼고 다른 관점에서 이 작품을 바라봤다. 어쩌면, 나레이터가 겪는 일련의 사건들은 타일러 더든이 쥐여주는 한 권의 자기개발서가 아닐까?
자유의지에 대한 철학자들의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니체는 나에게 이롭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을 ‘자유’로 정의한다. 이는 단순히 내가 쾌락을 느낄 수 있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닌, 내가 마땅히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일은 말한다. 한 인터넷 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공부해야지’, ‘운동해야지’ 하고 말하는데, 왜 하지 않나요?” 우린 습관적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면서 행동에 옮기지 않는다. 이러한 자신의 나태를 통제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곧 ‘자유의지’인 것이다.
극 중 타일러 더든은 수없이 많은 명언을 남기며 이런 자유의지를 강조한다. ‘싸워봐야 너 자신을 알게 된다.’는 말로 나와의 싸움으로 나를 통제하는 것을 강조하며, ‘가끔은 집착하지 말고 냅 둬.’라는 말로 최선을 다한 후 그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중 가히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물질세계에 둘러싸인 정신적 공황’으로 오늘날 하고 싶은 일보단 sns에 보이는 것, 남이 원하는 것을 위해 사느라 바쁜 우리의 모습을 꼬집는다.
‘파이트 클럽’은 그 극의 한 장면처럼 우리의 뒤통수에 총을 대고 원래 꿈을 찾아가라고, 하고 싶었던 일을 위해 공부하라고, 항상 지켜보겠다고 이를 어기면 찾아가 죽이겠다고 경고한다. 주변이 원하는 내가 되는 것, 인스타그램에 자랑하는 내가 되는 것을 버리고 나 자신을 찾아가라고 조언한다.
주인공은 사랑하는 여인인 ‘말라’를 만나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반복되는 일상에 균열이 생겼고, 결국 타일러 더든으로 쪼개지며 삶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 여러분도 이 영화를 전환점으로 진짜 나를 찾아가는 새로운 계기가 되길 바란다. 중간중간 포르노 장면이 삽입되는 이 영화처럼 (무삭제판 기준) 삶은 완벽하지 못하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자유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길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어려운 길을 걸어봐야 후회가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