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함의 대가는 돌아오는 법'
이별이란 떠나간 사람의 흔적을 계속해서 마주해야 하는 과정이다. 연애나 결혼의 끝, 혹은 누군가를 하늘로 떠나보낸 후, 멈춰 서서 주인을 잃어버린 무수히 많은 흔적들을 정리해야 한다.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은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왁자지껄 모여 술을 실컷 마시기도 하고, 철저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후에 몰려오는 허무함과 상실감에 깊은 후회를 하기도 한다. 여러분들의 이별도 마냥 상쾌하고 유쾌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데이비스는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었지만 슬프지도, 속이 상하지도 않았다. 그러지 않은척한 것이 아니라, 정말 그렇지 않았다. 슬퍼하는 척을 해보려 해도 잘되지 않았으니. 데이비스는 솔직해지기를 마음먹는다. 지하철에서 본 사람들에게 나는 아내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슬프지 않다고 이야기하며 본인이 솔직하다고 믿는다. 그런 데이비스에게 사람들은 위로를 하지도, 잘된 일이라고 하지도 못한다. 진실을 꽤 자주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그 사이 데이비스에게 하나의 취미가 생겼다. 무언가를 부수고 해부하는 것이다. 그는 철거장에 들어가 돈을 주고 집을 부수는 일을 했다. 무엇인가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은 부품 하나하나까지 다 해부했다. 이를테면 아내가 고쳐달라고 이야기 한 냉장고였다. 계속 솔직해져 가는 데이비스에게 한 가지 변화가 있었다. 아픔을 받아들인 것이다. 못을 밟아 고통스러워하고 방탄조끼를 입고 총을 맞았을 때, 데이비스는 깨달았다. 아픈 것에 쾌감을 느낀 것이다. 나는 아프다는 것을, 매미나방이 나뭇잎을 갉아먹듯 이별이 내 심장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진실은 때로 그렇게 충격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데몰리션은 마치 1인극과 같은 영화이다. 관객들은 모두 데이비스가 아파하고 정신이 무너져 가고 있음을 보고 있지만, 데이비스는 ‘어쨌든 아닙니다.’ 라고 말한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매개는 ‘편지’다. 챔피언 자판기 회사에 보내는 데이비스의 편지로부터, 캐런에게, 캐런이 그의 아들인 크리스에게 다양한 인물 간의 관계는 편지를 통해 이뤄진다. 영화 내내 내레이션으로 들리는 편지의 내용은 이 영화의 담담한 슬픔을 깊이 있게 한다. 또, 유리나 고인 물에 비치는 데이비스의 환상으로 데이비스의 속마음을 슬쩍 흘려주며 연출의 재치를 더했다.
기계를 고치는 것과 사람의 마음을 고치는 것. 그 차이점과 공통점을 잘 보여준다. 사람 마음은 기계처럼 부품 하나하나의 명확한 원인과 결함을 고치는 것으로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문제를 정확하게 직시하고 다시 조립했을 때 다시 작동한다는 것. 데이비스는 통렬한 자기 파괴 끝에 아내에 대한 무심함을 인정했고, 서로 사랑했음을 인정했다. 파도에 쓸려 잔해만 남은 모래성을 몇 번이고 짓밟은 후에 다시 쌓아냈다. 언젠가 데이비스의 모래성은 또다시 무너질지 모른다. 그러나 또 언제나처럼 다시 지어질 것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너무 무심하지 않았나 반성해 본다. 오늘의 저녁은 주변의 어머니, 아버지 혹은 연인에게 따뜻한 말과 함께 즐거운 토요일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