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선샤인>

'아픈 사랑은 정말 사랑이 아니었을까.'

by 강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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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동화와 같은 ‘이터널 선샤인’의 매력은 가끔 몽롱하게 취해가는 밤이면 이를 꺼내보게 한다. 테마 음악이 잔잔하게 깔려 나오며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시퀀스를 보고 있으면 미지근한 감성의 늪에 가라앉기 때문이다.


이터널 선샤인은 내게, ‘운명적인 사랑’을 다시 정의해 준 작품이다. 특히 이를 아주 세련되게 묘사했다. 우연히 한눈에 반해 열렬한 사랑을 나누는 것 역시 운명적인 사랑이 될 수 있겠지만, 나와는 다른 부분, 미운 모습까지 그저 온전한 너와 나로 사랑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이런 운명적인 사랑을 ‘기억 지우기’라는 장치를 통해 풀어냈다. 서로 다른 모습에 끌리고 사랑했지만, 서로 다르기에 헤어졌고, 아픔을 잊기 위해 기억을 지워버렸다. 하지만, 두 남녀는 같은 계절, 같은 장소에서 다시 한번 사랑에 빠지게 된다. 서로 따뜻하게 사랑했던 기억들이 무너질 땐, 가슴이 저릿해진다.


사랑이란 너무도 주관적이기에 더 이상 필자의 글로 형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양한 사랑의 집합, 퍼즐처럼 맞춰지는 시간의 흐름과 기억을 무너뜨리는 연출. 거기에 훌륭한 배우들의 명연이 더해졌으니, 로맨스가 필요한 날 혹은 혼자 우울을 즐기는 날에 함께 곁들여 보시길 추천한다.


우린 사랑 때문에 자주 웃고, 가끔 울고, 때로 아파한다. 헤어짐의 고통에 지난 시간들이 아팠노라 하고 기억하지만, 그때를 돌이켜보면 서로를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서로 사랑한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사랑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다. 쓰여질 우리 인생의 다음 페이지를 위해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과 멋진 시간을 보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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