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신호를 무엇으로 알아차리나요?
신호를 놓치면 위험해지는 거예요."
도서관 강의를 듣는 중 강사 선생님이 하신 질문이 내 마음에 남았다. 길을 건널 때 신호를 놓치면 위험해지듯, 삶의 길목에서 내 몸이 보내는 신호, 계절이 보내는 신호를 놓치고 있다면 내 삶은 위기의 순간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몸의 신호가 다르다.
2년 전, 나는 사립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했다. 주부로 지내다 오랜만에 하게 된 가르침의 자리는 정말 신났다. 누군가의 엄마와 아내가 아닌, 내 이름 석자를 내밀고 일하는 자리라 더욱 열심을 내었다.
하지만 2학기 말이 되면서 체력이 점차 바닥이 나기 시작했다. 수업 준비를 하다가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내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예전 같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나만 그러는 것도 아니었다. 주변 선생님들도 하나 둘 체력이 바닥났다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남편은 내가 내년에도 일하면 병원에 입원할 것 같다며 그만두라고 했다. 나도 보람차고 재미있는 직장 생활이었지만 2년은 못 하겠다는 생각, 나는 이제 20~30대의 젊은이가 아니니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 어느새 내 아이들과 남편은 뒷전이 되었다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느껴지면서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일을 그만두면서 나름 '운동, 독서, 공부'라는 3개의 목표를 세웠는데 겨우 독서만 해냈다. 마음먹고 쉬는 기간인데 몸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자꾸 처졌다.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하고 조급했다. 매일매일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나 자신을 의심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쉴만한 체력도, 놀만한 힘도, 공부할 만한 여지도 없었던 것 같다. 1년의 근무 기간 나는 그야말로 내 모든 것을 다 쏟아내고 소진된 것이었다.
이렇게 쉬는 것 같지 않게 쉴 바에는 차라리 일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이 들 때쯤, 공립 중학교에서 6개월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아이들 등하교를 할 수 있는 생활, 저녁이 있는 삶은 정말 여유로웠다.
올해 공립 중학교 계약 기간이 끝나며 다시 쉬게 되었는데, 웬걸. 힘이 난다. 이사를 위해 집 청소를 하는데 예상밖으로 나는 한 달 동안 매일 조금씩 꾸준히 집 정리를 해내고 있다. 매주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며 독서를 하고 있고, 도서관 강좌를 신청해 매주 새 기운을 받고 있다. 공부는 하고 있지 않은데 불안하지도 초조하지도 않는다. 무거운 몸이지만 일주일에 2~3번은 뛰고, 나머지는 만보라도 채우며 걷는다. 올해의 나는 쉴 힘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일할 때 쉬기 위한 힘도 남겨야 한다면 80%의 에너지만 일에 쏟으라는 말을 들은 적 있는데,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사립 고등학교에서 일하던 때가 그립기도 하지만, 그때 함께 했던 선생님들을 만나면 '부럽다. 용기 있다.'라고 내게 말하며 나의 선택을 존중해 준다. 저마다의 상황과 형편이 다르기에 선택에는 정답이 없지만 인생길에서 종종 마주치는 신호는 잘 보고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