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며 느낀 운동과 나, 질서와 조화
다시 월요일이 시작된다. 똑같은 일주일의 반복. 아내는 직장 가고, 나는 오전 6시 반부터 헬스장에서 운동.
텅 빈 것 같지만 부지런한 사람들이 곳곳에 보인다. 스트레칭 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다. 직장 가기 전에 운동하고 가는 젊은이들이 보이고, 8시 정도 되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나온다. 하다보니 어느샌가 거의 9시. 2시간 반을 했다. 열심히 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스트레칭 1시간 10분 정도. 쉬어가면서 이것저것 조금씩 하다보니 시간이 그렇게 걸린다. 그리고 이런저런 운동 기구로 근육 단련 (아주 조금씩), 자전거 30분 정도 타면 2시간 반이 걸린다.
어깨는 여전히 불편하지만, 그런대로 점점 좋아지는 느낌이다. pt를 1주일에 한 번 받고, 각종 유튜브를 보고, 또 내가 조금씩 해가면서 느끼는 것이 많다. 67년을 쓰다 보니 몸이 많이 망가졌다. 목 디스크, 허리 디스크 나쁜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골반도 약간 뒤틀어지고, 근육이 많이 상실되었고, 척추도 뒤로 휜 것 같고...이것저것을 관찰하면서 고치고 있다.
늘 책보고, 글쓰다 보니 횡경막, 갈비뼈 움직임도 약했고, 그러다 보니 호흡할 때 횡경막, 갈비뼈를 움직이지 못해 호흡이 얕았고...잠에도 영향을 미쳤다. 어느 유튜브에 보니 의사 선생이 현대인들이 교감신경, 부교감 신경 중에서 교감신경, 즉 흥분하고, 스트레스 많이 받고...그래서 호르몬 계통이 약하고, 또 혈액순환도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혈액순환이 잘 안되면 코 점막에 염증도 생기는데, 그럼 코골고, 상태가 안 좋다고 한다. 그리고 그 점막은 장하고도 연결이 되어서 음식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데...딱 나의 증세와 비슷했다. 축농증까지는 아니지만 코의 점막이 상태가 안 좋아서 호흡 곤란, 가래 나오고...과식하거나, 장의 상태가 안 좋으면 더 그랬다. 목소리도 탁해지고...그런데 이런 것이 교감신경, 부교감신경의 불안정성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 그리고 횡경막 호흡도 억지로 신경쓰면, 그것도 또 긴장하면서 교감신경을 자극해서 불편해진다고 한다.
그런 것 같다. 뭐든지 신경만 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거기다 내 척추, 등뼈에도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설명하기 좀 복잡한데...전체적으로 골격, 근육, 자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운동하고 나면 코어 근육이 생기는 것 같고, 숨도 깊어지고, 걸음도 안정적으로 걷는 기분이다. 문제는 늘 그렇지 않다는 것. 결국 헬스 트레이너 말이 맞다. 한번에 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가운데 전체적으로 교정되고, 근육 생기면...모든 것이 차차 좋아질거라고...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이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부지런히...이 닦고, 세수하듯이...
요즘은 다니면서 사람들 걸음걸이를 자주 본다. 60대, 70대는 절룩거리는 사람들 많다. 관절염. 그러나 젊은 친구들도 불안한 걸음걸이가 많이 보인다. 저대로 걸으면...중년 이후에 관절염 오겠구나...그게 보인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렇게 운동해서 빛나는 영광의 순간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간신히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 뿐이다. 어차피 미끄럼틀 타고 내리막길인데.....건강하고 나면 또 다른 고민과 갈등이 오겠지. 삶의 의미니, 일의 의미니...그런 고민들, 존재론적인 고민들...또 경제적인 고민들...늘 우리를 덮쳐오는 파도같은 것들이다. 그러니 닥치면 닥치는 대로 팔짝팔짝 뛰면서 사는 수밖에. 현대인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이 모두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잠시 틈을 이용해서 사람은 술을 마시고, 사랑을 하고, 여행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쾌락을 원하게 되어 있다.
탐(탐욕), 진(분노, 화), 치(어리석음) 때문에 중생이 고통스럽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중생은 탐진치로 살아간다. 욕심도 없고, 화낼 줄도 모르고, 어리석지 않으면, 이런 세상은 너무 허망하고, 삭막하게 다가온다. 아니 삶 자체, 역사가 전개되지 못한다. 탐욕과 분노, 애착, 어리석음 때문에 역사가 이루어지고, 쌈박질하고, 우당탕거리며 삶이 전개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물론 깨달음을 얻으면 극락이라고 하지만, 중생의 삶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어리석은 중생들이 있기에 수행자들이 있고 부처의 상징적 의미가 있다. 시주를 해야 수행자들이 살아가고, 어리석은 중생이 있어야 가르치는 수행자, 부처의 존재 의미가 있게 된다. 동전의 앞뒷면. 그러니 중생의 길, 중생의 도를 찾아가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고, 쉽지는 않다.
그나저나 커피를 끊기로 했다. 확실히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마시는데 그 '습관성'이 싫어서다. 그런데 커피를 끊고 나니 문득, 하루의 큰 낙이 사라진 느낌. 대체품으로 무엇이 있을까? 나는 작은 쾌락을 적절하게 즐기고 싶은 중생인데...그런 것을 또 찾아봐야겠다.
오후에 들어와 샤워를 하다가 내몸을 보았다. 나는 누구인가? 팔 하나 떼어내고, 그것을 나라고 할 수는 없다. 발도, 눈알도, 코도...내 몸에서 떼어져 나가는 순간, 내가 아니라 '나의 것이었던 것'이 된다. 그럼 나는? 눈도, 코도, 심장도, 위도...나라고 할 수는 없다. 결국 그 모든 것이 합해져서 질서와 조화 속에서 체계 잡힌 몸과 그것에서 우러난 의식을 다 합쳐서 '나'라고 한다.
결국, 내가 나를 나라고 부를 때는 질서와 조화 속에서다. 건강도 그런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반대로 팔다리가 찢겨 나가고, 혹은 정신 분열증에 걸려서 질서, 조화가 다 무너지고, 파괴될 때 나는 사라진다. 결국 나는 잠시 이 세상에 머무는데, 질서, 조화의 상태 아래서다.
한 개인이 그렇다면 이 사회, 나라도 마찬가지다. 질서, 조화가 건재할 때 그것을 나라라고 한다. 플라톤도 '국가론'을 쓰면서 그것을 파악했다. 질서, 조화가 무너지고, 거짓이 판을 치면, 그런 나라는 필경 망한다. 그런데 지금 이 시대, 이 사회는 질서, 조화를 우습게 보고, 파괴적이고, 해체적이다. 내가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가 다시 질서, 조화를 추구하는 이유다. 음악도 다 두드려 부수는 락 같은 것을 좋아했다가 지금은 바흐나 모차르트의 질서와 조화 어린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다. 내가 방향잃은 막연한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가, 수천년 동안 인류가 형성해온 보수적인 가치에 대해 탐구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