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응급실을 가보다 -2

생각보다 아늑했던 수술병동

by 구아바초코송이

그렇게 응급실 간이침대에 누워서 간병사들의 손에 이끌려 이곳저곳으로 옮겨졌다.


먼저는 팔에 바늘을 꽂아 피를 엄청나게 뽑았다.
작은 실린더가 5개는 족히 꽉 채워질 만큼.

기어가듯 걸어가서 소변검사도 했다. 소변검사 하려는 사람 줄이 있었는데 앞에 있던 홍콩 아주머니가 먼저 가라고 해주셨다.

손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 깊숙한 링거바늘이 3개는 꽂혀있었다. 혈관을 잘 못 찾는 간호사가 걸리면 바늘이 박힌 상태로 360도 돌리기 때문에 너무 아팠지만, 무한 대기에 인내심이 바닥난 상태라 이거라도 고마웠다.


수술병동으로 옮겨질 거라는 얘기만 어렴풋이 들은 채, 응급실의 이곳저곳에 내 힘없는 간이침대는 주차되었다.


응급실 복도에도 있었다가, 열이 38도 정도 오르니까 fever 전용 구간에도 있었다가 말이다.

그러던 중 친구들에게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화면 너머로 보이는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같이 안쓰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위로의 말들을 건네주었다. 몇 시간을 기다리기만 한다는 나의 푸념에도 같이 안타까워해주었다. 10분 남짓의 전화가 진통제보다 효과가 좋았달까.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다 보니 밤이 되었다. 그렇게, 수술 병동으로 옮겨졌다.


달그락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내 간이침대는 빠르게 밀려갔고, 왜인지 모르게 아늑한 병원 엘리베이터를 몇 번 갈아타니 전혀 다른 분위기의 여성전용 수술병동에 와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배가 너무 아팠어서 응급실의 참을성 없는 간호사/의사들에 비해 갑자기 상냥한 여자 의사가 내 몸을 일으키며 키와 몸무게를 잴 때도 내 표정은 썩어 있었다.


마침내 입원할 내 자리에 도착했다. 지긋지긋한 간이침대에서 세 배 크기는 족히 되는 널찍한 입원실 침대에 털썩 누웠다. 8인실 입원실에는 양 옆에는 내 나이 또래 여자 두 명, 할머니들, 그리고 3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수다쟁이 여자 한 명이 들어있었다. 수술병동이라 해서 무서울 줄 알았는데, 옅은 분홍색과 노란색 벽이 나름 편안하게 해 주었다.


그렇게 하루종일 만사 제쳐두고 곁에 있어준 남자친구 C군은 간호사들에 의해 쫓겨났다. (여성전용 병동인 데다가 방문시간이 하루 4시간으로 제한되어 있어서다.) 그래도 제한시간을 15분가량 넘기고도 조금은 더 머무르게 해 주었다.


그때부터 간호사들의 집중관리가 시작되었다.

새벽에도 멈추지 않고 매시간 혈압을 체크하러 온다. 내가 혈압이 조금 낮다 싶으면 몇 번이고 다시 확인을 한다.
엉금엉금 링거 기둥을 붙잡고 화장실을 갔다 올 때마다 민망할 만큼의 디테일을 상세히 기록한다.


그렇게 온전히 홀로 보내는 수술병동에서의 밤이 지났다. 생각보다 잘 잤다.


분홍색 카드는 입으로 아무것도 먹거나 마셔도 안 된다는, 초록색 카드는 곧 수술병동으로 옮겨진다는 뜻이다.


과외하랴, 업무 하랴 화면에 지친 내 눈을 잠깐 마사지해 주고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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