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응급실을 가보다-1

홍콩살이 3년 차, 어질어질한 응급실 일기

by 구아바초코송이

홍콩에서 대학생활을 한 지 3년이 넘었다. 나름 멘털은 강한 편이지만 배탈이 자주 나 위에 문제가 있는 줄 알고 한국에 갔을 때 병원을 두세 군데 돌아다니며 위 검사를 했다. 위내시경을 하고 나니 의사는 아무 이상이 없다며 신경성 위염인 것 같다는 애매한 답변만 내놓고, 먹을 걸 조심하라고 했다. 한의원에 가니 위의 활동량이 좋지 않은 것 같아 침을 놔주겠다고 했다.

뭔가 시원하게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 느낌으로 찝찝하게 남았다.




그 이후로 홍콩에 돌아왔을 때, 배탈이 또 나곤 했다. 뭔가를 잘못 먹어서 식중독인가 싶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해답을 얻지 못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한 번 심한 복통과 함께 구토가 올라왔다. 학교 클리닉은 닫았겠다, 새벽 1시경에 연 곳이라고는 근처 병원 응급실밖에 없었다. 남자친구 C군은 이 김에 원인을 파악해 보자며 택시를 불러 나를 응급실로 끌고 갔다.


다행히도 홍콩 신분증이 있는 나는 등록절차는 수월했다. 그런데 머리가 어질 해질 정도로 구토를 하다 보니 빨리 조치를 받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아팠다. 홍콩에도 역시 공립과 사립 병원, 두 가지가 있다.


공립 병원은 비교적 저렴하나, 끝도 없는 대기를 해야 한다. 더군다나 중국어를 못하는 외국인 신분이라면, 그리고 어려 보인다면, 4~5시간은 기본, 반나절을 대기만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나중에 오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먼저 보내드리고 순위가 한참 밀려나다 보니 가까스로 얻은 침대에 누워 6시간 정도를 기다리다가 지쳐버렸다. 이렇게 기다리다가 금방 날이 밝겠는데, 아침 8시 반이면 학교 클리닉이 문을 연단 말이다. C군은 솔깃한 제안을 했다.


여기서 계속 기다리지 말고, 일단 기숙사에 돌아가서 자고 학교 클리닉을 가는 게 더 빠를 것 같아.


일리 있는 말이었다. 그러자고 했다.

그렇게 아픈 몸을 이끌고 택시를 타고 기숙사에 돌아왔다. 억지로 잠이 들고, 학교 클리닉에 날이 밝자마자 갔다.




나의 상태를 본 클리닉 의사는 아무래도 충수염인 것 같다고, 응급실로 구급차를 불러줄 테니 가자고 했다.

다행히도 홍콩의 구급차 부르는 비용은 무료이다.


구급차를 타고 가는데, 구급대원들이었던 젊은 남자 3명이 일부러 긴장을 풀어주려는 건지 너무 유쾌해서 실제로 긴장이 풀렸다.

전공은 무엇이며, 졸업하고는 뭘 할 것이며, 로제의 "아파트"노래의 인도버전을 알고 있냐며...


그렇게 아픔에도 불구하고 나름 편안한 응급실행이었다.


응급실에 도착하자, 구급대원 한 분이 광둥어로 간호사에게 내가 빨리 치료받아야 함을 강조해 주었다. 광둥어를 못하는 C군과 나에게 한 줄기 빛 같은 분이었다. 그분 덕에 아마 3시간은 단축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검사, 소변검사 등 다음 절차로 이어지기까지 기본 1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는 시간 동안 몸에서 더 이상 구토로 뱉어낼 건 없어지고, 하루 이상을 굶다 보니 몰골이 말이 아니게 된다. 몸이 하도 아프니 열도 나고, 점점 속이 말라가는 느낌이 든다.


이제는 통증보다 끝없는 대기상태에 사람이 질리게 된다. 응급실에 왔다는 말을 듣고 친구들은 영상통화로 안부를 물었다.


답답했던 C군이 간호사에게 다음 절차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간호사는 뜻밖의 답변을 했다.


수술병동으로 옮겨지셔야 할 것 같은데, 지금 자리가 안 나서요.


수술? 이게 웬 청천벽력인가 싶었다.


유쾌한 구급대원 아저씨들 덕분에 무섭지 않았던 구급차.


장 봐온 게 있는데 도착했는지 확인을 해보고 다시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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