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요란한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가족도, 친구도 없는 홍콩에 와서 적응을 완벽하게 하고 해외살이를 한 지 3년이 넘었다. 이곳에서 살면서 다양한 시선도 받아 보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타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느낀 한 가지는 - 내 마음이 요란할수록, 또는 내 마음을 컨트롤하지 못할수록 타인에게 불친절하게 된다는 것이다.
왜 사춘기를 지나는 학생들이, 고3들이 부모에게 막말을 할까? 아직 철이 안 들어서다. 마음이 미성숙해서이다.
사실 타인에 대한 태도, 예의, 그리고 공감은 학습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부모가 어떻게 가르쳐왔는지, 타인에게 상처를 받거나 크게 데인 적이 있는지, 주변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는지, 세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타인에게 유독 날카로운 사람들에게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홍콩 회사를 다니면서 같이 일한 동료 K양이 있다. 홍콩 사람인 그녀가 했던 말 중에 유독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I don't love love."
나는 "사랑"을 사랑하지 않아.
처음 K양을 만났을 때 참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외국인이 많이 사는 홍콩에서 나고 자랐음에도 인종 차별적인 농담을 밥 먹듯이 하고, 상대방이 기분 나빠할 만한 말을 웃으면서 자꾸 내뱉어서 그녀와 가는 어느 곳이든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흘리는 말로 칭찬을 해줬는데, 칭찬을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비꼬는 말로 듣고 혼자 상처를 받는다.
물론 사람은 다른 사람에 대해서 충분히 알기 어렵고, 그렇기에 함부로 판단을 해서도, 그 사람에 대한 단정을 지어서도 안 된다. 그래도 피상적으로 보이는 K양의 삶은 그 누구보다 건조했다.
부모와 같이 산다는데 대화를 전혀 안 한다고 하고, 본인을 혼자 사는 사람으로 여긴다.
다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잘 옮긴다.
겉모습과 타이틀로 사람을 평가한다.
같이 6개월을 일하는 입장으로서 그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데, 친절하게 무언갈 물어봤을 때 돌아오는 그녀의 답변에 의아한 적이 많다. 인도인인 동료에게 "너는 아시아인이 아니니까 속눈썹이 길다"는 무지한 발언을 하는 그녀를 보면서 나를 많이 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나도 내가 모르는 사이 남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을까.
어느 정도 주변을 둘러보고,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나랑 관련 있는 작은 사회 밖에는 어떤 사회가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지는 못하더라도 관심을 가지는 것은 남에 대한 배려이다.
나의 삶에 있는 작은 모난 구석들이, 타인에게 상처로 돌아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특히, 타인에 대해 모르면 모를수록 조심스러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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