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본능에 귀 기울이기

보다 명확한 목소리로

by 봄날의 앤

무엇보다 확실한 마음이에요.


근데 너무나 자그마히 속삭여서 신경쓰지 않으면 절대 못 들어요!



이제 막 재개발된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서 혁신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있는 거라곤 산밖에 없는 허허벌판에서 우린 산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줬다. 교실 대신 산으로 들어가 벌레와 나무를 배우고, 교과서 대신 책을 읽으며 더욱 다양한 친구들이 생겼다. 그 시절 답지 않게 15명 남짓한 서울특별시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 그렇게 수많은 친구들을 가슴에 묻어두고 중학교에 입학했다.


자연스레 저와 함께 초등시절을 난 친구들은 성적이 뒤쳐지고, 어느새 고등학교를 선택해야하는 때가 다가왔다. 분명 우린 숲에서 같이 뛰어 놀았는데, 모두가 대학만을 바라보는 풍경은 지금 돌아봐도 참 기이하게 느껴진다.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하길 선택하며 적어도 흐름에 편승하는 선택은 아니었다며 3년을 열심히 채워보낸 것 같다. 왜인지 인문계에서 하는 것보다 더 열심히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렇게 공무원 시험에서 낙방했을 때, 난 다시 한번 되돌아보았다. 외적동기에 의한 선택이 싫다면서 여기서 또한 다수의 선택을 했다는 것을.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연인지 운명인지, 현재 4년제 대학에 진학하여 1년간의 휴학 시기를 보내고 있다. 겨우 벗어난 사회의 궤도 속에서 또 다시 유혹의 입김이 닿는다. 이제 취업준비를 해야하나?



이 세상에 정해진 공식들이 그렇게 원망스럽진 않다. 여기를 벗어난 그곳에도 역시 그들만의 틀이 있을테니까. 다만 가장 좋은 길을 권유하는 마음이 요구로 다가오며 마음을 힘들게, 흔들리게 한다. 세상은 너무나 많이 변했고, 변하는 중이니 필연적 망설임이겠지.


본능대로 해왔던 물음표들은 인턴 경험과 취업 준비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것 같았다. 실패축하파티니, 플로어리스트 자격증이니, 공무원 시험 응시 경력이니, 등 이와 같은 것들은 오픽, SAT 등 취준 필수 자격과 견줄 수 없는 것들이다. 근데 뭐 어차피 제 목표는 대학-취준-결혼-출산-육아가 아닌 후회없는 한 생애이기에 당장은 힘들어도 상관없겠다 싶은 마음이다. 확고한 정답을 향해 달리거나 답이 없는 길을 걷거나 뭐가 되든 간 힘든 거라면 차라리 흰 바탕을 선택하고자 한다. 어쩌겠나 답은 내 안에 있는데. 라며 두근거리는 심장을 다독이는 요즘이다. 어떻게 되든 간에 내가 너무 잘 됐으면 좋겠는 마음일뿐, 이 모든 불안이 모여 정체성을 형성하고, 올곧은 기둥을 여러 개 세워주리라 믿는다! 진심으로 빈다.


우리의 여정을 응원한다. 흔들리는 때마다 차분히 글을 써내려가며, 마음을 다잡으며. 변덕스러운 나자신을 감당해낼 사람은 나 자신뿐이니 후회할 일은 딱히 없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동그라미, 세모, 네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