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세모, 네모

결국 사랑이 나를 이긴다.

by 봄날의 앤

다들 어딜 그리 바삐들 가는 걸까. 지금 내 옆을 지나간 당신의 오늘은 어떠했나요, 묻고 싶은 말이 많지만 그저 스친다. 수많은 아무개들은 서로 지나치고, 한 때는 머물며 옅은 흔적을 남긴다. 텅 빈 공기 속, 진한 손때와 제각기 마음 속 자리한 추억은 희미해지언정 남아 있다. 영원토록.


그이와 나의 삶을 공유한다는 것은 나의 페이지를 그에게, 나 역시 또다른 장을 여는 시발점이다. 그래서 조심히 은밀하게 움직여야 한다. 아니 왜, 유난히 무릎이 향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최근 실패 축하 파티를 다녀왔다. 인생살이 크고작은 실패담을 공유하면서 시원한 박수와 함께 침체시키는 그런 자리였다. 현실을 좇아 고등학교 자퇴 후, 대기업에 취업한 이는 이젠 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이 자리에 나왔고,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아왔더니 나이는 30, 외면해온 현실의 압박 속에 취준을 앞두고 이곳을 찾았다. 제주도의 간호사인데 오랜 가수의 꿈을 숨기며, 14년간 근무한 병뚜껑 회사에서 벗어나 여행가가 되고 싶은, 그리고 21살의 비교적 어린 나이로 이 넓은 세상이 궁금하여, 그렇게 수많은 아무개가 각자 나름의 실패담을 주섬주섬 모아서 조심스레 펼쳐놓았다. 서로가 서로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자리, 이런 날 아니면 어찌 모일 수 있는 구성인가. 우리의 얇은 관계 덕에 가능했던 깊숙한 대화는 삶을 재조명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더이상의 비교의 의미가 퇴색되고 공존만이 남았다. 우린 너무나 다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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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는 긴 여행을 떠났고, 또다른 이는 취업에 성공, 누군가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더라. 우리는 아무래도 파티의 준비물을 계속 리뉴얼시키며 살아가는가보다. 당신들의 실패를 영원토록 박수쳐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