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름은 푸르지 못했다.
슬슬 따스워지는 어느 겨울의 길목. 나는 다시금 다가올 여름에 독한 마음을 먹어야 한다.
중학교 때부터 이루어진 나의 붉은빛 여름은 이젠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으니.
남들 다 입는 반팔 민소매를 나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고 그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사실 언제부터 여름과 내가 갈라섰는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하게 기억나는 단 한 가지는 바로 '나'였다. 반팔을 입지 못하는 나, 친구들 근처에서 서성이며 손을 더듬는 나, 붉은빛 여름의 중심에 서 있던 나.
다른 아이들은 자신이 입은 반팔조차 더워 그 짧은 소매를 걷어올릴 때, 나는 서투른 손길로 긴 소매를 내리기 바빴고 그건 운동장에서 피어나는 아지랑이래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른 아이들의 여름은 찬란하게 푸르렀지만, 나의 여름은 잔혹한 붉은빛이었다.
여름에 독한 마음을 먹었던 것도 아마 중학교 무렵이었다. 남들과는 다른 여름을 나고 있는 나에겐 가리고 싶은 빨강이 있었다. 그것의 이름은 마음에서 핀 빨강이었으나, 나는 그 마음을 가리려고, 그 빨강을 가리려고 긴팔을 입었다. 그러나 무더운 여름 속 긴팔은 누가 보아도 계절과 상반되는 짓이었기에, 나는 계절을 타지 못 행을 해낼 용기가 필요해 독한 마음을 집어삼켰다.
그러니 현재 나의 붉은빛 여름은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여름이었다. 또다시 다가오는 푸르른 계절은 나에겐 붉다는 이름의 계절이었기에.
지금도 누군가는 다가오는 여름을 푸르다 말하지만, 내 여름은 언제나 짙빨간 장미였다. 나는 어김없이 붉어진 여름 앞에서 긴팔을 꺼내 입을것이고, 손등을 다 덮는 소매를 또 다시 내리기 바쁠것이다.
어쩌면 나에게 살아 있다는 것은, 원래 그런 색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