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뚱이의 배신

저혈압 때문에 투석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엄마를 보며
나는 오늘 아주 못된 생각을 했다.

차라리 치매라면, 본인은 덜 힘들지 않을까.


엄마는 의식이 또렷하다.
아픈 것도 알고, 앞으로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도 알고,

무엇보다 나를 걱정한다.

몸은 말을 듣지 않는데 인지와 마음만 남아 있다.

저혈압 때문에 투석을 잘 못 받는 날이 생기고
“힘들다”는 말을 반복한다.

의식이 있다는 건 고통을 다 느낀다는 뜻이기도 하다.

두려움도, 무력감도, 자기 몸이 무너져가는 걸 지켜보는 공포도.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른다면 덜 아프지 않을까 하고.

엄마가 덜 고통스러웠으면


어쩌면 인간이 가장 견디기 힘든 순간은
죽음이 아니라 살아 있는데, 살아갈 수 없다는 걸
너무 또렷하게 아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그냥 너무 슬프다.

이 슬픔에는 이름도 없고 위로할 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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