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는 고정이고, 나는 빠질 수 없다
워킹맘의 하루는 늘 계산으로 시작한다.
아이의 일정, 내 업무, 배우자의 시간, 엄마 병원 시간, 그리고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는 예외 상황까지.
그 계산표에서 내가 빠질 수 있는 자리는 거의 없다.
연차는 고정이고, 갑자기 아플 수 없는 사람은 늘 나다.
회사에서는 개인 사정이고, 집에서는 엄마의 역할이다.
어느 쪽에서도 온전히 이해받지 못하지만 둘 다 놓을 수는 없다.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구조
부모는 나를 대신해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배우자는 역할을 나누지만, 공백이 생길 때마다 마지막으로 호출되는 사람은 결국 나다.
엄마는 간병인을 거부하고 병원의 연락은 늘 나의 몫이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그 구조 안에서 워킹맘은 늘 ‘조정자’가 된다.
조정은 능력이 아니라 소모다.
비교할 수 없는 시간들
가끔 이런 말을 듣는다.
“우리 때는 더 힘들었어.”
하지만 그 말은 지금의 구조를 설명해주지 않는다.
맞벌이가 기본이 된 사회, 돌봄을 외주화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현실, 잠시 멈추는 순간 바로 불안정해지는 일터. 같은 단어를 쓰지만 우리는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
내가 지키기로 한 것
나는 완벽한 워킹맘이 되기로 하지 않았다.
대신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모든 역할을 다 잘해내는 사람보다, 어느 순간에는 멈출 줄 아는 사람.
이 선택이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늘 필요한 사람이 되는 삶은 결국 가장 먼저 사라지는 사람이 되는 길이기도 하다.
워킹맘이라는 말에는 늘 강함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나는 이제 강해지기보다 오래 버틸 수 있는 쪽을 선택하려 한다.
이미 지친 사람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역할이 아니라,
내려놓을 수 있는 자리라는 걸 조금씩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