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 적 기억 속에는 늘 기다림이 있다.
내가 일곱 살 때부터 엄마는 일주일에 몇 번씩 투석을 다니셨고, 열 살쯤 되었을 때부터는 그 시간이 또렷해졌다. 엄마는 보통 오전 11시 30분에서 12시 사이에 집에 오셨다. 그 시간이 조금이라도 지나면 나는 자연스럽게 베란다로 나갔다.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고, 엘리베이터 소리와 발걸음 소리를 구분하려 애쓰며 엄마를 기다렸다.
방학이면 아침부터 혼자 집에 있는 날이 많았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바닥을 걸레질했고, 아침에 먹은 그릇을 설거지해 두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었고,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 기다리는 시간이 불안했기 때문에, 손을 움직이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던 것 같다. 그리고 엄마는 늘 아프고 힘들어보였기에 그 힘듦을 덜어주고 싶었다. 그때 내가 아픈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거라곤 그런 것들 뿐이었다.
그 시절의 나는 엄마가 늦어지는 이유를 알 만큼 크지도, 모른 척할 만큼 어리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 자주 베란다에 서 있었다. 그 시간이 지나도 엄마가 오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아닌데 괜히 불안해졌다. 지금도 그 시간대가 되면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스쳐 지나간다. 몸이 먼저 기억해버린 감정처럼.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열두 살, 열세 살까지도 엄마 아빠와 함께 잤다. 늘 엄마 옆자리에 누워 엄마를 꼭 끌어안고 잤다. 얼굴을 엄마의 가슴에 묻고 잠들곤 했다. 엄마의 냄새가 좋았다. 그 냄새를 맡고 있으면 세상이 조금 덜 무서워졌다. 그 시절의 나는 아마도, 잠들기 전까지도 엄마가 곁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야만 안심할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