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짊어진 어린 날의 무게

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언제나 가난으로 시작된다.
엄마는 밀가루에 물을 풀어 끼니를 때울 정도로 가난한 집에서 자랐다고 했다. 점심시간이 되면 친구들이 밥을 먹는 모습이 너무 부러워 운동장으로 나가, 수도꼭지에서 물을 마시며 배를 채우고 다시 교실로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엄마는 삼남매 중 첫째였다. 여덟 살 무렵부터 밥을 해야 했고, 세 살 터울의 동생 둘을 돌보는 일도 엄마의 몫이었다. 외할머니는 늘 머리가 아프다며 누워 계셨고, 외할아버지가 일하러 나가 있는 동안 집안은 어린 엄마의 책임이었다.

아홉 살 때, 연탄불 위에서 끓이던 찌개를 상에 올리다 쏟았고, 그 일로 엄마는 크게 혼이 났다. 돈이 없어 병원에도 가지 못해 화상은 그대로 흉터로 남았다. 지금도 엄마의 몸에는 그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다.

외할아버지는 목수였다. 집에는 나무 자재와 각목이 늘 있었다. 하루를 마치고 돌아온 외할아버지는 외할머니가 하루 동안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일들을 듣고, 그 화풀이를 엄마에게 했다. 동생들이 잘못한 일조차 첫째라는 이유로 엄마가 맞았다. 너무 아프고, 너무 서러웠던 기억 때문에 엄마는 오래도록 부모님이 보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열여덟 살 되던 해, 외할머니는 갑자기 마당에서 쓰러져 돌아가셨다. 그해 엄마는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이 끝나고 집에 오면 늘 밤 여덟 시, 아홉 시였다. 그때까지도 집안일은 여전히 엄마의 몫이었다. 이모는 밖으로 놀러 나가 늦게 들어왔고, 외삼촌과 외할아버지는 남자라는 이유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엄마는 퇴근 후 다시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엄마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떠올려도 그리움이 없다고 했다. 몸이 쇠약해진 지금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그 말이 차갑게 들리기보다는, 너무 오래 버텨온 사람의 고백처럼 들렸다.

작가의 이전글같은 식탁, 다른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