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꾸자 제발 (3)
왜 재난 현장은 늘 저연차 기자들이 투입되어야 하는가. 이 문제도 따져보자.
대부분의 방송국에서 사건 사고 뉴스 취재 및 보도는 사회부가 담당한다. 사회부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저연차 기자들이 기본적인 취재와 기사 작성, 방송 리포트 제작법 등을 선배로부터 배우면서 일하는 교육장이기도 하다. 선배들은 자기 일을 하면서 저연차의 미숙함이 뉴스 제작을 그르치지 않도록 취재 단계에서부터 뉴스가 최종 방송되기까지 도제식으로 교육한다. 그래서 사회부는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연차가 가장 낮은 기자들이 몰려 있다. 으레 정치부나 경제부, 혹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서는 연차가 쌓이면 가는 곳이고, 사회부는 그리 ‘전문적일 필요 없이’ 연차가 낮을 때 취재의 기초를 쌓으며 거쳐 가는 ‘정류장’ 같은 부서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부 내 법조팀을 둔 경우도 있는데, 법조팀은 예외적으로 전문적인 부서로 여긴다.)
사회부의 저연차 기자들이 선배들의 지휘 아래 각종 사건과 사고를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방송 리포트를 만들다가 어느 순간 ‘규모가 큰 사고’를 만난다. 이게 바로 재난이다. 그럼 이 재난은 누가 맡는가? 당연히 그 저연차 기자들이 그것도 맡게 된다.
문제가 여기서부터 싹튼다. 사실 재난의 현장은 일반 사건사고의 현장과 질적으로 다르다. 규모와 피해 범위가 큰 것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생명의 위험에 처해있거나 희생되고 있는 현장일 수도 있고, 주민과 유가족 등이 인명 피해로 매우 큰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현장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런 곳에서 취재 보도하는 기자들이 경험이 가장 적은 저연차 기자들이다.
저연차 기자들은 그만큼 보도의 퀄리티가 떨어질 수 있고, 방송사고나 오보의 위험, 관련자들에게 제2의 상처를 줄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데스크가 기자들을 지휘하지만 세세한 것까지 다 챙길 수 없다.
재난에 관한 전문지식, 감수성이 높고 노련한 기자들이 많이 필요한 게 재난 현장인데, 이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경험이 부족한 저연차 기자들은 평소 배운 일반 사건 사고 취재와 기사 작성 방식 그대로 큰 재난 취재를 하게된다. 즉, 일정한 사실 확인 취재를 한 뒤, 방송에 내기 위한 적절한 형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영상은 도입부에 시선을 끌 만한 장면을 배치하는 등등…평시 일반적인 뉴스를 만들 때의 패턴 그대로 ‘재난 뉴스’를 만든다.
비유하자면, 초보 요리사가 식당에서 갑자기 단체 손님 수십 명을 받은 격이다. 초보 요리사가 손님 한 두 명에게 요리를 만드는 방식으로 수 십명의 손님에게 내놓을 요리를 제대로 만들 수 있겠는가. 기자도 마찬가지다. 재난 규모와 피해 정도의 확대에 따라 방송의 규모와 형식, 내용이 질적으로 달라져야 하고, 투입되는 장비와 컨텐츠에 대한 접근법도 달리해야 한다. 노련한 요리사, 많은 손님을 동시에 받아 본 요리사가 투입돼야 한다. 아니면 적어도 초보요리사들을 지휘하여 단체 손님에게 제대로 요리를 내놓을 수 있도록 할 노련한 요리사가 필요하다.
특히, 갑자기 발생하는 대형화재나 사고 등 사회재난의 경우 더욱 노련함이 요구되는 데다, 유족에 대한 2차 피해나 트라우마 등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취재와 방송에 조심할 것이 많음에도 초보자들, 처음 경험해 보는 저연차들에게 대부분을 맡기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바꾸자 제발. 재난에 대응하는 자리는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다. 평소에 철저한 대비를 해두어야 하고, 전략과 정보, 전술이 필요하다. 이걸 갖춘 노련한 선수 없이 무슨 일 터지면 저연차 기자들만 총알받이로 내보내는 행태는 늘 재난방송의 질을 떨어뜨리고, 시청자들에게 충실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