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를 바꾸자(1)
과거엔 재난은 어쩌다가 닥치는 것이고, 평소엔 일상적으로 안전했다. 그러나, 현대엔 일상적으로 재난과 위험이 우리 곁에 있다. 이 위험은 자연이 주는 위험(danger)이 아니라 현대 사회, 도시가 스스로 만들어 낸 상존하는 위험(risk)이다. 사람들은 이 위험을 예측하여 감수하고 이행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 위험이 현실화하지 않으면 이익이고, 현실화하면 손해다. 이런 위험이 늘 우리 곁에 있고, 우리는 늘 그 결정을 해야 한다. 이런 사회가 위험 사회(Risk Society)다. 재난은 이런 위험 사회에서 사회적, 개인적 감당의 역량을 벗어난 수준에서 급속히 현실화된 위험을 뜻한다.*
*정준희 (2020), 지식향연 아카데미, “재난과 위험에 대처하는 미디어의 자세” https://www.youtube.com/watch?v=mfZsWzEtwIg
이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게 관건이다. 위험의 가능성을 계산하고 그만큼의 안전보장을 위해 노력하는 시대다. 재난을 일어날 수 있는 일로 간주하고,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회가 ‘위험사회’로 가는 게 맞다면, 위험은 늘 우리 곁에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보고 그 피해 예방과 대비, 대응을 위한 정보를 적극 알리고, 그 정보가 일상적으로 유통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본래 사람들은 평상시엔 본능적으로 재난이 나에게 오는 걸 싫어하고, ‘우환(憂患)’의 이야기들을 피하려 한다. 그러다가 그 재난이 실제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 되어서야 그 재난 정보에 대한 수요가 폭증한다.
방송국은 이 점 때문에 딜레마에 봉착한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이를 뉴스로 전하면 곧장 이슈화가 되고 관심이 커지지만, 재난이 실제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알아야 할 예방수칙, 안전 행동 요령 등을 이야기하면, 시청자들은 외면하고, 채널은 돌아간다. 시청률 떨어지니, 방송국은 이런 아이템을 다루길 꺼린다.
재난방송이 ‘뉴스’의 외피를 입었기 때문에 생겨난 문제이기도 하다. 재난의 예방과 대비를 위한 안전 정보는 ‘뉴스’가 아니니 관심이 떨어지고, 일단 재난이 발생하고부터 전하는 소식은 ‘뉴스’이니 관심이 증가한다.
재난 정보를 전할 때 뉴스의 외피에서 떼어내 독자적인 옷을 입고 탁월한 전달력과 지속가능한 형식으로 적시에 시청자들에게 전달해 줄 콘텐츠는 없을까?
지금은 ‘TV 뉴스특보’의 형식 외에도 다양한 미디어와 플랫폼이 난무하는 시대다. 재난 정보를 전달하는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가 생겨나고 있다. 누구나 내 손 안의 스마트폰에서 재난문자로 1보 텍스트를 보고, 앱을 깔면 다양한 재난 정보 서비스가 있고, 유튜브에선 행안부, 기상청, 소방청, 산림청 등 재난 당국마다 자기 채널을 만들어서 서비스를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TV는 여전히 가장 강력하고 접근성 높다. TV는 텍스트가 전하지 못하는 입체적인 영상을 빠르게 전달하고,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한 정보를 공급하고, 리모컨 조작 한 번으로 모든 이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전히 강력한 매체다.
어떻게든 이 TV의 장점을 살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효과적인 재난정보를 적시에 전달할, 뉴스가 아닌 그 어떤 최적의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건 무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