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콘텐츠 개발을 위한 3가지

콘텐츠를 바꾸자(3)

by 가을하늘

방송국 뉴스 시간에 방송하는 콘텐츠의 형식은 대개 표준 분량 1분 30초 전후의 리포트와 중계차(MNG) 연결, 5~10분 내외의 스튜디오 출연을 통한 앵커와의 대담 방식 등이 있다.

이 콘텐츠들의 형식은 수십 년 이어져 온 주요 지상파 방송국의 1시간짜리 메인 뉴스의 틀 안에서 고착된 형식이다. 이런저런 새로운 형식을 만들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기본 틀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메인 뉴스는 대개 1시간 분량의 제약 속에서 그날 다뤄야 할 모든 뉴스를 처리해야 하니 개별 아이템들에 할당된 시간 분량을 반드시 지킬 것을 요구받는다.

그래서 기자들은 리포트를 만들거나 출연을 하면서 콤팩트하게, 군더더기 없이, 시간 낭비 없이, 사족을 달지 않는 법을 체득해 간다.

하지만, 재난 시 뉴스특보는 이런 시간 제약을 둘 필요가 없다. 오히려 특보로 편성된 시간을 다 채울 수만 있다면 아이템마다 되도록 길게 하는 게 좋다. 그럼에도 기자들은 메인뉴스를 비롯한 뉴스용 콘텐츠를 만들던 관행대로 리포트는 1분 30초 내외로 만들고, 출연도 5~10분 정도에 익숙하여, 그 이상을 넘기기 힘들어한다.

메인뉴스 위주의 뉴스 제작 관행은 익숙하고, 어쩌다 한 번씩 하게 되는 뉴스특보의 제작 방식은 익숙하지 않으므로 선뜻 바꾸려 하지 않는다. 데스크나 뉴스제작부서에서도 ‘재난방송 특보를 할 땐 메인뉴스와는 다른 형식으로 만들어달라’고 지시하거나 요구하지 않으니, 잘 안 바뀐다.

바꾸자. 바꿔야 한다. 콘텐츠를 바꿔야 한다. 기자와 데스크, 취재부서와 편집부서가 적어도 재난 뉴스특보는 메인뉴스의 틀 안에 가둬놓지 않고, 재난정보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보다 효과적인, 최적의 콘텐츠를 개발해내야 한다.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도, 일하는 방식, 즉 워크플로우도 새로이 개발해내야 한다. 단순한 리모델링 수준이 아니라 재개발 수준으로 확실하게 뜯어고쳐 새로운 걸 발명해야 한다.

새로운 콘텐츠의 발명과 그 성공을 위해 여기 세 가지 포인트를 제시한다. 첫째는 적시성, 둘째는 정보값, 셋째는 효능감이다.

첫째, 적시성은 골든타임에 관한 것이다. 재난의 발생 초기에 대피나 구조가 이뤄지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시간을 ‘골든타임’이라고도 한다. 재난방송의 골든타임도 대피나 구조의 골든타임만큼이나 중요할 때가 많다. 재난의 발생 사실과 얼마나 위험한 지를 알리는 것, 어디에 요구조자가 있는지 알리는 것, 언제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알리는 것. 시의성은 재난방송의 핵심 포인트다. 놓치면 효과가 반감된다.

메인 뉴스를 비롯한 정시 뉴스들은 정해진 시각에 시작하기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그래서 정시 뉴스는 그냥 정해진 시간에 나갈 수 있는 만큼의 신경만 쓰면 된다. 제작자 중심의 사고방식이고 공급자 위주의 사고방식이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적시에 재난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인 예측과 행동을 요구한다.

둘째는 정보값이다. 방송뉴스 리포트에는 스케치 문장이란 게 있다. 도입부에 풀샷이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넣고 그 장면을 묘사하는 문장이다. 화재 뉴스나 교통사고 뉴스에서 “시뻘건 불길이 뿜어져 나옵니다.” “자동차가 종잇장처럼…”“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져” 등의 말이 지금도 스케치 문장에 흔하게 등장한다. 정보값 하나도 없는 이런 스케치 문장은 지금도 꼭 써야만 할까.

대체 언제부터, 왜 이런 문장이 쓰여 온 것일까. 이것도 메인뉴스에 기인한 것이라 짐작된다. 방송사 메인뉴스는 수십 년을 이어오며 시청자들이 주로 저녁밥을 먹고 난 후쯤인 8시~9시에 하고 있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종합정리한 리포트를 나열해서 보여준다. 낮에 찍어온 영상과 녹취를 구성해 보여주며 이게 무슨 일이었는지 설명하며 소식을 전한다. 스트레이트식 문장보다 영상에 대한 묘사를 하는 게 훨씬 몰입감을 주기 때문에 어느 때부턴가 리포트의 도입부는 영상을 설명하는 스케치 문장을 쓰는 게 관행이 됐다. 하지만 특보를 할 때는 이런 스케치 문장을 애써 넣을 이유가 별로 없다. 첫 문장부터 곧바로 정보값 높은 문장을 써도 무방하다.

셋째는 효능감이다. 이는 재난방송이 나와 소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사고와 인접한 사람들이나, 해당 지역 사람들, 또는 재난 현장에 가족을 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여 재난방송이 시청자 자신과 얼마나 상관성이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시청자가 재난 현장에서 어렵게 촬영해 제보한 영상이 TV 방송에 나올 때 시청자는 효능감을 느낀다. 시청자들에게 인접한 곳에서 여러 일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지역별로 주민 피해 현황을 세분화해 보여준다든가, 피해에 따른 행동요령, 도움받을 수 있는 기관 등을 알려주고 시청자의 행동을 유발하고, 시청자들의 손 안에서 휴대폰으로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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