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영상 활용, 이게 최선인가

콘텐츠를 바꾸자(4)

by 가을하늘

제보는 기자들에게 특종을 가져다주는 결정적 요소가 되곤 한다. 보도국은 제보 접수 시스템을 마련해 놓고 기자의 확인 등을 거쳐 뉴스를 만들기까지 제보를 중요한 소스로 활용한다.

유선전화기가 제보의 유일한 채널이던 시절엔 사회부 사무실에는 제보용 전화기를 여러 대 설치해놓고 내근 기자나 제보접수를 담당하는 인력이 제보자들의 전화를 받았다.

이것이 통신 기술의 발달과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동영상 촬영과 전송이 매우 쉽고 빨라지고, 특히 SNS를 타고 급속도로 공유되고 재생산되면서 제보영상의 활용성이 비약적으로 발달하게 됐다.

이제는 제보자가 전화로 제보할 필요도 없이 원하는 방송국의 뉴스 앱이나 카카오톡 채널을 연결해 손쉽게 제보를 보내고 동영상도 스스로 촬영해 몇 초 만에 방송국으로 보낼 수 있다.

방송국의 입장에서는 카메라 기자가 현장에 가기 전에 바로 지금 그곳의 생생한 상황을 찍어 보내주는 수많은 ‘시민 기자’들을 거느리게 된 셈이다.

언제부턴가 방송사들은 사건 제보뿐만 아니라 재난 현장의 영상 제보를 더 받기 위해 ‘제보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방송사 고유의 전화번호나 카카오톡 검색어, QR코드 등을 소개하며 서로 자기 방송국으로 제보를 보내달라는 광고를 한다.

제보의 위력을 가장 실감했던 때는 2019년 태풍 북상 등으로 특보 방송을 할 때였다. 화면 좌상단에 제보영상을 보낼 곳 주소를 자막으로 표시하고, 특보에 출연한 기자가 제보 영상 보내는 방법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전국 각지에서 시청자가 찍어 보내준 엄청난 양의 제보 영상들이 쇄도해 들어왔다.

2019년 9월 태풍 ‘타파’ 때는 제보가 약 4만 건이나 들어왔다. 그전 해에 천 건 미만이던 것에서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2019년 10월 태풍 ‘미탁’ 당시엔 11,300건이 접수됐고 이 중 312건이 방송에 활용되었다.*

* KBS 홈페이지 2019 사업연도 경영평가보고서 (2020.05)

이 제보 영상들은 주로 카카오톡 ‘KBS제보’와 ‘KBS뉴스’ 계정으로 들어왔는데, 두 계정을 합해 ‘친구추가’를 한 이용자가 30만 명 정도였다. 이후에도 특보 때마다 제보 안내를 하면서 ‘친구추가’를 지속 늘려, 2023년에 대략 40만 명에 도달하여 언론사 가운데 가장 많은 카톡 친구를 보유하게 됐다.

그런데 이 제보영상을 얼마나 활용할까? 활용도는 지극히 낮다. 물론 들어오는 제보 영상을 모두 방송에 쓸 순 없다. 제보자 본인이 보낸 건지 등 확인해야 하고, 영상 화질이나 크기도 방송할 만한 요건에 맞는지 점검해야 한다. 이 제보 영상의 접수와 ‘검증’ 그리고 방송에 나간 후 답례를 위한 연락과 제보자와의 소통 등을 하느라 점점 손이 많이 갔다.

제보 영상이 많아질수록, 잠재적 제보자 (카카오톡 친구 추가자)가 늘수록 시청자 제보를 관리할 인력과 IT 시스템 구축이 이슈로 대두되었다. 더 이상 제보 접수와 관리를 사회부 담당으로 국한해 운영할 것이 아니라 보도국 차원으로 격상시켜 그에 맞는 조직을 신설하고, 적절한 인력과 예산도 필요했다.

한때는 태풍 등 특보를 장시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일 때 ‘전사적 재난 대응 체계’ 구축의 일환으로 보도본부 외 경영본부나 기술본부 등 타 본부 직원들까지 차출해 ‘시청자 제보 대응팀’을 임시 조직으로 만들고 쏟아지는 제보 영상을 접수, 처리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돌발적인 재난에 순식간에 제보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이런 식으로 하룻밤 급하게 인원 차출과 임시 조직으로 제보를 처리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 차출당한 직원들도 불만이 컸고, 그 급하고 바쁜 재난 상황에 제보 처리 업무를 배워가며 일을 하자니 효율이 너무 떨어졌다.

누구나 아는 바대로, 결정적인 제보 영상 한 개가 방송사의 뉴스나 재난 특보 등 콘텐츠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인다. 효율적인 제보 접수 및 관리 시스템은 그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방송사들은 그리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과감한 투자에 주저한다. 제보 관리를 위한 상설 조직 구축이나 별도 인력 및 예산 확보, 자동화된 제보 관리 시스템, 제보자와의 쌍방향 소통 강화 대책 같은 것들이 어찌 보면 그 방송사의 사활에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는데도, 좀처럼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 투자한 만큼의 효율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 여긴다.

그러는 사이 세월이 많이 흘렀다. SNS와 플랫폼들은 갈수록 고도화되고,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위상과 주목도는 예전 같지 않다. 제보자들이 방송사를 대하는 태도도 변하고 있다. 제보자들은 이제 자신이 보낸 제보영상을 방송사가 제대로 방송에 반영하는지, 그 대가는 얼마인지, 타 방송사는 얼마인지를 꼼꼼히 비교하고 따진다. 휴대폰에서 ‘쿠팡’ 앱을 통해 쇼핑을 하듯 방송국 쇼핑을 하며, 자신의 제보영상과 방송국의 답례를 놓고 협상을 하려 한다. 무엇보다 제보자들이 방송국에 제보영상을 보내려는 열의 자체가 많이 식었다.

방송사가 방송 콘텐츠로 대국민 서비스를 하는 이상, 재난방송을 TV로 하는 이상, 시청자가 보내주는 제보영상은 여전히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 결정적인 요소다. 이런 값어치 있는 보물을 오늘도 성의 없이 접수받아 방송국에 썩혀두고 별 활용을 하지 않는다. 이게 최선인가. 그 제보를 다른 곳이 아닌, 우리 방송사에 보내준 고마운 제보자들에게 미안한 노릇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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