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소동’을 피웠나?

관행을 바꾸자(3)

by 가을하늘

* 고시원 건물에서 불이나 고시원에 있던 사람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습니다.

* 부산의 한 상가에서 불이 나 2명이 다치고, 일대 교통이 통제되는 소동이 빚어졌습니다.

* 어젯밤 서울의 한 아파트에 불이 나 주민 수십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습니다.


‘소동’이 빚어졌다거나 있었다는 표현도 기사에서 자주 쓴다. 주로 화재 등으로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고 쓰곤 한다.

국어사전상 ‘소동’은 ‘시끄럽게 떠들어 대며 술렁거린다’는 뜻이다.

표준어이지만, 듣기에 따라 다소 불편할 수도 있지 않은가?

대체 ‘소동을 피운’ 사람이 누구이고, 어떤 일을 ‘소동’으로 보는 주체는 누구인가?

결국 소동을 피우는 사람이 재난의 피해자들이란 말이 아닌가?

‘소동이 빚어졌습니다’라는 말은 자칫 피해자들을 낮잡아 부르는 말이 되어 피해자들을 ‘시끄럽게 떠들어 대며 술렁거리는’ 사람들로 만들 수 있다.

재난보도준칙상 ‘피해자 배려와 인권보호’ 조항을 읽어보면 더더욱 쓰면 안 될 말이다.


한국기자협회 <재난보도준칙>

제18조(피해자 보호) 취재 보도 과정에서 사망자와 부상자 등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사람들의 의견이나 희망사항을 존중하고, 그들의 명예나 사생활, 심리적 안정 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물론 다음과 같은 상황도 있다.

"피해를 본 관객들이 환불을 요구하며 소동이 빚어졌다" 등이다. 이 같은 사실관계가 아니라면 굳이 화재와 수재 등의 피해자들이 대피하거나 이동하느라 어수선한 상황을 '소동'이라고 표현할 필요는 없다.

그 재난 현장에서 대피하는 피해자들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피해자의 눈높이에 맞춘 재난보도를 지향해야 한다. 그냥 ‘주민들이 급히 대피했습니다.’ ‘주민들이 급히 대피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정도로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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