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종’ 좀비를 처단하라

관행을 바꾸자(4)

by 가을하늘

아침 뉴스나 휴일 뉴스를 보다 보면 ‘사건사고종합’ 리포트란 게 있다. 줄여서 ‘사사종’이라 한다. 화재나 교통사고, 사건 관련 기사 등을 묶는 형식이다. 주로 사회부에 야근이나 휴일 근무를 서는 기자가 만든다.

사사종은 발생성 뉴스인데다 불이 난 장면이나 교통사고 후 현장에 찌그러진 차량 영상 등을 보여주며 만들다 보니 주목도가 제법 높다. 문제는 인명 피해가 별로 없거나 별다른 메시지를 주지 않으면서도, 휴일이나 아침 뉴스 시간에 별로 뉴스가 없어서 다소 ‘억지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억지로 뉴스 분량을 채우는 데 급급하여 불구경, 사고 구경만 시키고, 메시지도 없이 만들면, 이는 뉴스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닌, 좀비와도 같은 콘텐츠가 되고 만다. 그럼에도 지금도 거의 모든 방송사가 아침 뉴스나 휴일 뉴스에 열심히도 사사종을 만든다.

사사종이 생명력을 가지려면, 어떻게든 ‘안전의식’을 고취시키거나, 경각심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 영상이 주목도 높다해서 그냥 구경시켜주는데 목적을 둔 보여주기식 리포트를 만들어도 안되고, 반대로 인명 피해가 없는 ‘단순사건사고’라 해서 킬(KILL)시킬 게 아니라, 인명 피해는 없더라도 안전에 관한 교훈을 던질 수 있는 사안이라면 그 점에 집중해 다루어야 한다.

물론 화재나 교통사고의 경우 밤사이 발생한 화재의 자초지종을 자세히 뉴스로 담기엔 한계가 있고, 시간적 제약이 있다. 하지만, 소방당국의 본격 조사 전 ‘추정’하는 것일지라도 최대한 메시지를 담아내는 게 낫다. 메시지 없는 팩트의 나열과 불구경만 시키는 좀비 리포트를 뭐하러 만드나.

굳이 3~4개의 사고를 묶어 만들 필요가 없다. 반드시 다루고자 하는 것만 다루고, 여러 개를 묶지 말자. 반드시 다루어야 하는데 리포트로 만들기엔 영상이나 내용이 부족하다면 단신 뉴스로 앵커가 멘트만 해도 된다.

한때 ‘단순 사건사고’는 일일이 뉴스로 다루지 말자는 말이 나온 적이 있다. 그런 말이 나온 건 담을 메시지를 찾지 못해 ‘뉴스로 전할 가치’가 별로 없다고 여긴 까닭이다. 그러나, 안전에 관한 메시지를 전할 수 없는 사고는 거의 없다. 단순한, 경미한 사고라도 안전에 관한 메시지와 재발 방지를 위한 요령을 잘 녹여 넣으면 ‘유익한’ 보도가 될 수 있다.

비록 그것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자주 듣는,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일지라도 누군가 위급한 순간이 닥쳤을 때 방송에서 언급한 구급 요령이 생각 나 소중한 목숨을 건질 수도 있을지 누가 아는가.

이런 가치관을 갖고, 현장 기자들에게 취재 방향을 그런 쪽으로 제시하고, 메시지를 그런 쪽으로 잡도록 인도할 수 있는 자가 누구인가. 바로 데스크들이다.

먼저 데스크들이 현장 기자들에게 이런 가치관과 문제의식을 공유해 주고, 나서서 관행을 바꿔나가지 않으면 현장 기자들은 관행에 의존해 영혼이 없는 좀비 리포트 ‘사사종’을 오늘도 만들게 된다.

이전 10화누가 ‘소동’을 피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