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약한 정보…
"무슨 방송을 들어야 하나요"

고성 산불(2019.4.4.)(4)

by 가을하늘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을 보면 “방송사는 재난방송 등을 하는 경우 재난지역 거주자와 이재민 등에게 대피· 구조·복구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를 산불에 적용하면, 산불이 난 곳의 주민이건, 산불 특보의 시청자건 원하는 것은 불이 어디로 번지고 있는지,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등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보다. 방송사는 이를 주로 전해야 한다.


그러나 뉴스특보는 어딘지 모를 컴컴한 산에 불이 활활 타고 있는 장면만 잔뜩 내보낼 뿐, ‘대피에 필요한 정보’는 별로 공급해주지 않는다. 2019년 고성 산불은 KBS의 재난 정보 수집 수준의 민낯을 드러낸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보도 책임자는 시청자위원회에 출석해 이렇게 해명했다.


“… 이번과 같은 사회적 재난은 해당 기관으로부터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받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데, 사실 그런 시스템이 잘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지진이나 홍수, 태풍 등 자연 재난의 경우에는 기상청으로부터 일부가 실시간으로 저희 방송에 자동적으로 뜨게 시스템이 구축돼 있었는데 사회재난의 경우에는 그런 시스템이 미비했고, 그래서 일단 소방청, 산림청, 행정안전부 등의 기관으로부터 재난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받을 수 있도록 지금 긴밀하게 협의 중이고요.…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재난방송은 저희의 책임이자 의무이고... 미래의 어떤 사활적 이익이 될 수 있는, 매우 핵심적 부분이라는 것을 아주 통렬하게 인식했다랄까…”


방송사가 양질의 재난 정보를 방송하려면 취재원인 지자체와 재난 당국이 정확한 정보를 줘야 한다. 그러나 당시 지자체도 정보 수집과 유통 수준이 미흡하여 주민들에게 정확한 안내를 하지 못했다.


이런 점은 지자체가 보낸 재난문자에서 잘 드러난다.

불이 난 지 30여 분만인 19시 50분쯤 고성군청은 “오늘 19:18분 토성면 원암리, 성천리 일원 산불 발생. 인근 주민은 대피 바랍니다.”라는 첫 문자를 보냈다. 대피 장소 안내는 없었다.

그 뒤 80분이 지난 20시 39분 ‘천진초로 대피하라’며 대피 장소가 명시된 문자가 발송됐다. 이어 오후 9시 ‘천진초로 대피하고, 임시대피소는 동광중’이라고 했다가, 20분쯤 뒤 ‘동광중으로 대피하라’고 또 정정했다. 첫 문자에 대피 장소 안내가 없던 것도 문제였고, 추가 문자들은 도리어 혼란을 불러 문제였다.

속초시청도 우왕좌왕했다. 밤 8시 41분에 트윗을 통해 산불 발생 위치와 상황을 전했는데, 여기서도 어디로 대피하라는 건지 대피 장소를 알려주지 않았다.

10시 10분쯤엔 댓글난에 “무슨 방송을 들어야 하나요...ㅠㅠ”

10시 36분엔 “안전한 방향과 대피소 안내해 주십시오”라는 글이 달렸다.

속초_화면 캡처 2025-09-24 172050.png 속초시청 재난문자 (2019.4.4.)


속초시청은 밤 11시 32분에 문자로 ‘… 속초의료원, 보광사 일대 주민들은 중앙초교로 즉시 대피 바랍니다’라고 했다가, 16분 뒤 ‘중앙초교 대피장소 불가, 속초의료원 일대 주민들은 속초감리교회, 동명동성당으로 즉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2019년 4월 당시로선, 행정안전부 관련 예규에 구체적인 대피 장소를 지정 안내하라는 방침 자체가 없었다. 최대한 신속하게 대피소를 특정해서 알려주는 게 좋고, 당장 대피소를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해도 최소한 주민들이 어디로, 어느 방향으로 대피해야 하는지는 알렸어야 했다.

그토록 다급하고 공포에 질린 주민들의 글이 올라오는 그 시간에도 지자체는 필요한 정보와 안내를 적시에 해주지 못했고, 그들을 취재해서 방송을 해야 하는 방송사들은 정보가 더 빈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 03화고생은 고생대로, 욕은 욕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