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 실패한 사모펀드, 손해를 봤을까?

당신이 알아야 할 사모펀드 가이드북 <4화>

by 자본관찰자

사모펀드 운용사가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했다가 실패로 끝났다. 이들은 정말 손해를 봤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왜 그럴까? 사례를 들어 알아보자.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거래 조건을 단순화했다. 실제 거래 조건과는 동떨어지더라도 “말도 안 된다”고는 비난하진 말아주시길 바란다.


상장기업인 A사를 인수한 B 운용사가 있다. B는 A사 인수 당시 주당 1000원에 대주주 지분을 사들였는데, 5년 후 A사 주가는 500원이 됐다. B 사모펀드는 새로운 인수자인 C사에 A사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했다. B 사모펀드는 협상 과정에서 C사에 시가의 100%에 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요구했고, C사는 이를 수락해 주당 1000원에 지분을 인수했다. 이로써 B 사모펀드는 원금을 회수했을 뿐 아니라, 투자기간 동안 매년 3%의 시가배당도 받아 오히려 약간의 수익을 올렸다.


주가가 반토막이 났지만, 경영권 프리미엄 덕분에 B 운용사는 손실을 보지 않았다. 주가가 매입가보다 낮아도, 매도 시점에서 일정 수준의 차익을 확보할 수 있는 이유다. 이런 사례를 든 건 사모펀드 운용사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주가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다만 B 운용사를 따라 A사에 투자했던 개인 투자자는 B사가 챙긴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릴 수 없다. 개인투자자는 여전히 500원에 불과한 주가에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보유하거나 손해를 보며 팔 수밖에 없다. 사모펀드의 바이아웃 투자처를 개인 투자자가 쉽사리 따라잡기 어려운 이유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받을 수만 있다면 주가가 낮더라도 사모펀드는 손실을 줄이거나, 오히려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개인 투자자로선 억울할 수 있다. 금융당국에선 대주주만 프리미엄을 가져가는 현 세태를 시정하기 위해 '의무공개매수제' 입법을 수년째 추진 중이다. 하지만 여러 해에 걸쳐 얘기만 무성할 뿐 아직 법이 시행되기까지는 상당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프리미엄이란 대주주가 원매자와 협상해 경영권에 웃돈을 붙여 파는 금액을 뜻한다. 2025년 현재, 매도자인 사모펀드는 장외에서 경영권 지분을 매수인에게 매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시가도 고려되지만, 협상력이 프리미엄 수준을 좌우한다.


이쯤 되면 너무 쉬운 얘기라고? 그럼 이번엔 조건을 조금 더 꼬아보자.


5년 전 운용사 B는 상장사 A사 지분 100%를 주당 1000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업황이 극도로 부진해 5년 후 A사 주가는 500원으로 하락했다. B는 펀드 만기로 인해 A사 지분을 매각해야 했고, 결국 프리미엄 없이 시가인 500원에 C사에 지분 전량을 넘겼다.


이 경우 B는 분명 50%의 자본차익 손실을 봤다. 하지만 이는 ‘자본차익’만을 기준으로 봤을 때다. B는 매년 포트폴리오 기업으로부터 배당금을 받는다. 여기에 ‘리캡(Recapitalization)’이라는 수단을 통해 중간 수익 실현도 가능하다. 실제 B가 손해를 봤는지는 주가 차익은 물론 배당과 리캡 등 수익시현 상황을 면밀히 살펴봐야 알 수 있다.


리캡이란 포트폴리오 기업이 신규 대출을 받거나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후, 이를 배당으로 주주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이 방식으로 사모펀드는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도 투자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물론 포트폴리오 기업의 부채비율이 높아지거나 지분이 희석돼 지배력이 약해지는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기업은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재무적 체력이 전제돼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사모펀드 입장에선 ‘수익을 뽑아먹을 구석’이 다양한 셈이다.


실례로 한앤컴퍼니가 2016년 쌍용양회(현 쌍용C&E)를 인수한 뒤 단행한 리캡을 예시로 들 수 있다. 한앤컴퍼니는 쌍용양회를 인수한 이후 쌍용양회의 신규 차입을 토대로 수차례 특별배당을 실시했다. 이 여파로 당시 쌍용양회 주가는 하락했지만 한앤컴퍼니는 투자금 상당 부분을 미리 회수할 수 있었고, 자본차익 손실 부담도 크게 줄였다. 리캡이나 배당 등 자금회수 수단을 토대로 사모펀드의 실제 수익은 더 커진다.


물론 상장사를 인수한 사모펀드 운용사 입장에서도 포트폴리오 기업 주가가 저조하면 부담스럽긴 매한가지다. 사모펀드 운용사는 출자자(LP)에게 연 수익률 목표치를 약속한 만큼, 이를 충족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수익률을 목표치에 달성하지 못하면 평판에 타격을 입고, 추후 새 펀드레이징 과정에서 투자금을 끌어오지 못할 수도 있다.


또 상장사의 기업가치는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주가에 좌지우지된다. 투자기업의 주가가 부진할 경우 사모펀드 운용사 운용역들은 LP 담당자로부터 '주가 관리하라'는 핀잔을 들어야 하는 처지가 놓이기도 한다.


사모펀드 운용사에는 수많은 엘리트들이 포진됐다. 이들이 고르고 고른 기업인 만큼 사모펀드 운용사의 포트폴리오 기업은 비즈니스모델이 탄탄하고 장래가 밝은 곳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사모펀드 운용사가 인수한 기업이라고 해서 개인이 무조건 따라 투자할 이유는 없다.


사모펀드도 신이 아니다. 미래 주가는커녕 당장 내일 주가 추이도 알 수 없다. 단지 사모펀드 운용사는 투자사의 주가가 오르도록 수익은 키우고 비용을 줄이며 기업가치 제고에 최대한 노력할 뿐이다.


일전에 사모펀드 운용사 고위 관계자와 식사할 일이 있었다.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하고 운용하던 곳이었다.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라고 해서 원할 때 주가를 올리고 내릴 수 있는 특별한 재주는 없습니다. 그냥 열심히 기업을 관리하면서 시장이 알아주길 기다리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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