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알아야 할 사모펀드 가이드북 <3화>
‘사모펀드’는 우리 일상과 멀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실생활 곳곳에 광범위하게 침투한 투자집단이다. 가까운 예로, 동네에 많은 홈플러스도 MBK파트너스가 소유한 기업이다. (최근에는 경영 위기로 존속 여부에 의문이 제기된 상황이다.)
예를 들어보자. '보라병'으로 유명한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앤씨는 IMM PE 소유다. 한때 부침을 겪었고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IMM PE의 포트폴리오로 남아 있다. 가구 브랜드 ‘한샘’ 역시 IMM PE가 보유 중이다. SK렌터카와 롯데렌탈은 글로벌 PE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산하로 편입됐다.
이 글에서 다루는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세계는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위험하다. 투자금을 모아 기업을 인수하고, 기업의 가치를 키워 수년 후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되판다. 인수대금과 판매대금의 차익을 거둬 막대한 수익을 얻고, 후속 투자의 실탄을 마련한다. 하지만 실패한다면 PE로선 끔찍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세계다.
이들의 투자금은 작게는 100~200억 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까지 다양하다. 그렇다면 이들의 자금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일부는 자기 자본으로 충당해야 한다. ‘GP 커밋’이라는 명목으로 운용사가 투자금의 일부를 자체 조달해 충당한다. GP 커밋을 통해 PE는 출자자들에게 ‘책임감’을 보여준다. ‘내 돈을 이 정도로 박아 넣었으니 당신들도 믿고 투자하세요’라는 의미다. 억 단위 GP 커밋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도 봤다.(이 얘길 해준 관계자는 지금은 국내 굴지의 PE 핵심멤버로 승승장구 중이다.)
특히 독립계 하우스 소속 인사들은 10억 원 이상 빚을 지기도 한다. 많은 PE 관계자들은 GP 커밋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금을 ‘영끌’하고, 인생을 걸다시피 해 투자금을 모은다. 자칫 투자처가 실패하면 GP 커밋으로 조달한 대출금은 개인의 손실로 돌아온다. 금전적 손실은 물론, LP들의 신뢰도 잃게 돼 후속 펀딩이 막힐 수도 있다.
물론 PE업에 뛰어든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국내 유명 오너가 일원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전부는 아니지만 여전히 ‘금수저’들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금수저 출신이라 하더라도 수백억~수천억원의 자금을 자기 자본만으로 조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GP 커밋이 전체 펀드에서 책임지는 금액은 유동적이지만, 통상 전체 펀드 사이즈의 1% 수준이다. 100억 원짜리 펀드를 만들면 1억원을 책임져야 하고, 1000억 원이면 10억원을 내야 한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하우스라면 법인 비용으로도 이를 충당할 수 있다.
나머지 99% 자금은 LP라 불리는 기관투자자의 몫이다. 과거에는 돈 많은 개인도 출자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금융당국 규제가 강화되면서 금융사, 연기금, 공제회 정도로 제한됐다. 기업이 전략적 투자자(SI) 자격으로 LP로 참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기관투자자들은 수시 혹은 정기적으로 펀드에 투자금을 제공한다.
국내에서 가장 큰 LP는 국민연금공단이다. 글로벌 기준으로도 손꼽히는 큰 손이어서, 해외 유명 PE들이 직접 한국에 와 출자를 요청할 정도다. 국민연금은 해외 주식 투자 수익으로 노후자금을 불리고 있지만, PE 투자도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또 다른 큰 손은 공제회들이다. 교직원공제회,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등 익숙한 이름의 공제회들이 이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다. 이들은 회원들의 자금을 운용해 일정 수익률을 달성하고, 그 수익을 바탕으로 회원들에게 높은 이자율을 제공해야 한다. 공제회가 LP로 들어올 정도면 해당 투자건의 규모가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신협중앙회와 같은 중앙회들도 PE업계의 핵심 투자자다. 새마을금고나 신협은 익숙하지만, 이들을 총괄하는 중앙회의 존재는 체감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PE업계에서는 이들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신협중앙회는 2025년 출자 콘테스트를 처음 열며 업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또한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주요 공제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딜 메이커'였다.
금융사도 출자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은행, 증권사,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이 그렇다. 이들의 출자금액은 국민연금이나 공제회, 중앙회보다는 작을 수 있다. 딜을 리드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빼놓을 수 없다. 금융사는 출자와 함께 인수금융과 같은 대출업무까지 함께 제공하는 편이라 실제 딜에 기여하는 범위가 더 커지기도 한다.
이들 기관투자자들은 PE가 투자금을 요청한다고 순순히 제공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철저하게 성공과 실패 가능성을 따져묻는다. 출자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PE는 투자금을 모으지 못 하고 최악의 경우 딜이 그대로 무산된다. PE의 투자 건은 단순히 한 운용사 관계자들의 아이디어가 아니다. 다수의 기관투자자 담당자들과 인수금융을 책임지는 금융사들의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물로 봐야하는 배경이다.
다만 이는 프로젝트펀드의 경우다. 블라인드펀드 투자 건은 운용사의 판단이 전적으로 들어간다. LP가 GP의 투자에 제동을 걸기 어렵기 때문이다. 프로젝트펀드와 블라인드펀드의 차이는 후속편에서 이어서 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