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웅진그룹의 코웨이 인수 잔혹사

당신이 알아야 할 사모펀드 가이드북 <2화>

by 자본관찰자

사모펀드 운용사(PE)는 비밀스러운 투자집단이다. 이름에도 Private(사적인)이 들어간다. 투자를 요란하게 하지 않고 소문 나지 않고 조용히 진행한다. 이들은 공개석상에 잘 나서지 않는다. 지난해 하반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불이 붙으면서 MBK파트너스가 기자간담회를 열었지만, 사실 PE가 언론 앞에 나서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기자들 역시 PE 관계자들을 만나기는 무척 어렵다. 일부 전문매체와 주요 경제지를 제외하면 M&A, PE 이슈를 심층적으로 다루는 곳이 소수에 불과한 까닭이다. 필자 역시 이전 언론사에서 근무할 당시만 하더라도 PE 사람들은 만날 생각조차 못했다. 연락처도 없고 소개해줄 사람도 없었다. 설령 소개를 받고 연락을 한다고 해도 원활하게 소통이 될 지는 미지수였다. 지금도 외부 연락을 받지 않는 하우스들이 상당히 많다.


투자처 선정, 자금조달 역시 은밀하게 이뤄진다. 그 과정은 어렵고 복잡하다.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는 한 일반적으로 그 프로세스를 접할 기회는 없을 것이다. PE가 참여한 M&A 스토리를 재미있게 풀어볼 수 있는 딜을 찾아보다 웅진그룹의 코웨이 인수와 재매각 사례를 택했다.


이 딜을 직접 취재하진 않았기에 아주 구체적이진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IB업계에선 유명한 스토리가 돼 어느 정도 얘기를 풀어볼 수 있다. 코웨이 인수전은 단순한 M&A 거래는 아니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과 웅진그룹, 코웨이를 둘러싼 서사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큰 거래였다. 필자가 PE업계 취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 코웨이 이슈에 휘말리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PE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타 신문사 산업담당 기자로 코웨이를 출입하고 있었다. 코웨이는 딜 클로징(인수 종결) 시점으로는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M&A 매물로 나왔다. 조 단위 빅딜이 인수 3개월 만에 틀어지다니,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타사 단독보도로 코웨이 재매각 소식을 접했을 때 좌절감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생생하다. 2019년 6월26일 밤이었다. 전문매체를 포함한 주요 경제지에서 일제히 코웨이 매각 추진 기사를 올렸다. 통상 언론사는 오후 4시 전후로 마감이 이뤄지고 온라인에 기사가 출고되는 시점은 같은 날 오후 6시 전후다. 그런데 밤 9시경 기사가 일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저녁에 첩보를 입수한 언론사들이 앞다퉈 기사를 올렸다는 방증이다.


IB와는 연이 전혀 없는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웅진 홍보팀에 사실 확인을 묻는 일뿐이었다.


코웨이 M&A에는 스토리가 있다. 웅진그룹은 경영난으로 2012년 웅진코웨이를 MBK파트너스에 팔았다. 절치부심 끝에 2018년 2조원에 코웨이를 다시 사들이기로 본계약을 체결했다. 웅진그룹 사옥에서 윤석금 회장이 감회에 찬 표정으로 코웨이 인수를 발표하던 현장을 기억한다.


하지만 이 딜은 시작부터 비극이 예고됐다.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다시 품기엔 자금이 턱없이 모자랐다. 자체 현금으론 조 단위 빅딜을 소화할 수 없었다. 국내 대형 PE인 스틱인베스트먼트를 재무적투자자로 끌어들이고 한국투자증권을 필두로 한 대주단을 통해 1조6000억원을 마련했다. 인수금융 1조1000억원, 웅진씽크빅 전환사채(CB) 5000억원이다. 스틱인베가 한투증권으로부터 웅진씽크빅 CB를 매입하는 구조였다.

CB는 Convertible Bond의 준말이다. 기본적으로는 사채(빚)이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부채와 자본이 혼합된 금융상품으로 불린다. 투자자가 기업이 발행한 CB를 만기까지 들고 간다면 원금과 이자를 챙겨나올 수 있다. 만약 기업가치가 높아졌다면 사채를 주식으로 바꾼 뒤 내다팔아 자본차익을 남길 수 있다. 상장사 CB 투자의 경우 많은 경우는 원금+이자수익보다는 대규모 자본차익을 노린다.


쉽게 풀어보자면 우리가 2억원짜리 집을 사는데 4000만원만 내 돈을 주고 나머지 1억6000만원을 연간 7% 이자에 빌린 셈이다. 채무자가 억대 연봉을 받으며 돈을 잘 벌었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코웨이를 품기엔 웅진의 재무사정이 습자지 수준이었다. 결정적으로 코웨이 인수 후 웅진그룹 계열사인 웅진에너지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웅진에너지 회생이 코웨이 인수 때문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웅진그룹의 사업은 불안정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약한 고리가 터지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웅진그룹 부담이 덩달아 커졌다. 신용도까지 타격을 입으면서 자금조달 비용은 더욱 늘어나는 형국이었다.


난처한 건 웅진뿐만이 아니었다. 웅진 조력자로 나선 스틱인베와 한투증권도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5000억원을 프로젝트펀드로 마련해 웅진씽크빅 CB를 매입할 예정이었던 스틱인베는 출자금 조달에 애를 먹었다. 자금줄인 LP들마저 코웨이 투자에 의문을 표한 탓이다. 결국 목표금액의 절반 정도인 3000억원을 끌어오는데 그치면서 CB를 인수하지 못했다. 결국 한투증권이 자기자본으로 웅진씽크빅 CB를 총액인수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설상가상 한투증권은 CB '셀다운(Sell-Down)'에서도 애를 먹었다. 1조원짜리 인수금융은 셀다운이 그럭저럭 마무리됐지만 웅진씽크빅 CB 셀다운이 문제였다. 투자자 지갑을 열기엔 CB 발행사인 웅진씽크빅 재무가 녹록찮았다. 출자자를 비롯한 IB업계는 코웨이 인수가 무리한 딜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셀다운이란 대규모 자금조달에서 금융사가 다른 금융사들에게 자금을 끌어오는 과정을 말한다. 주관사 역할을 맡은 금융사가 타깃 자산(대출 등)을 인수한 후 이를 여러 금융사에 분할 매각한다. 셀다운을 통해 주관사는 리스크를 분산하고 수수료와 이자율 차익 등 수익을 얻는다.


결국 코웨이는 2019년 말 넷마블에 매각됐다.(게임사인 넷마블이 가전 렌탈사인 코웨이를 인수하자 시장에선 의아하다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웅진은 코웨이 매각 5년 만에 그룹의 상징과 같은 계열사를 다시 되찾아왔지만 재회 기간은 3개월에 불과했다. 딜이 빠그러지면서 핵심 책임자 일부는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다는 후문을 들었다. 또 다른 인사는 투자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후 키맨으로 성장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일로 웅진그룹과 한투증권, 스틱인베는 여러 질타를 받았다. 애초부터 웅진그룹은 코웨이를 품기 힘든 처지였다. 무리한 인수였음을 알았음에도 윤 회장이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운 결과라는 비판이 따라왔다. 하지만 윤 회장의 창업 스토리를 톺아보면 그가 코웨이를 얼마나 되찾고 싶었을지는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윤 회장은 말단 세일즈맨이 그룹 회장 자리까지 오른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캐릭터다. 웅진그룹의 출발은 1980년 웅진씽크빅에서 출발했다. 코웨이 전신인 한국코웨이는 1989년 설립됐다. 이후 웅진코웨이로 이름이 변경됐다. 정수기를 국내에 보급하겠다는 목표로 세워진 회사였다. 하지만 국내는 정수기 미개척 시장. 판매는 부진했다. 이에 윤 회장이 직접 사장으로 등판, 회사를 적자 수렁에서 건져올렸다.


처음부터 코웨이가 렌탈비즈니스를 시작한 건 아니다. 1997년 IMF로 회사가 위기를 맞자 정수기를 일시불로 팔 것이 아니라 월 2만7000원씩 렌탈료를 받고 빌려주자는 아이디어를 채택했다. 렌탈 아이디어는 히트를 쳤다. 국내에 가전 렌탈비즈니스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윤 회장이 주도해 정수기 렌탈을 시작했고 그룹의 상징적인 사업이 됐다. 그에게는 의미가 남다른 계열사가 코웨이다. 그룹은 어떻게든 코웨이를 되찾아와야 했다. 무리수라는 지적에도 웅진그룹의 코웨이 M&A가 현실이 됐던 배경이다.


<참고자료>

사람의 힘(리더스북)

한국증권 코웨이 매각 서둘러야 하는 이유…'역마진 우려'(인베스트조선)

재무 부담에…코웨이 `눈물의 재매각`(매일경제)

코웨이 또 내주는 웅진그룹…'빚잔치' 끝낸 뒤 앞날은(연합인포맥스)

스틱, 코웨이 M&A 투자금 2000억 줄인 사연(딜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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