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뻑곰이 직접 써본 이펙터 열전>
Tech21. 한글로 직역하면 기술 21이야.
기술이라는 약자를 회사명에 그대로 가져다 썼다는 건 그만큼 설립한 이들의 기술력에 자부심이 있어서가 아닐까?
현시대는 멀티 이펙터 내부에 있는 스피커 시뮬레이터에 IR(Impulse Response)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유행이야.
IR이라는 것을 간단히 설명해볼게. 유명한 브랜드, 예를 들어 마샬이나 펜더 앰프의 캐비닛에 있는 스피커(셀레스쳔이나 젠센과 같은 회사의 제품들)의 소리를 마이킹 하여 그 스피커에서 나오는 주파수 특성을 카피한 파일을 멀티 이펙터 스피커 시뮬레이터 부에 반영할 수 있는, 말 그대로 하이 테크놀로지 기술이라고 할 수 있어.
Kemper의 프로파일링 앰프부터 시작해서
Fractal Audio의 Axe 시리즈
Line6의 HX 힐릭스 시리즈
Avid(일레븐랙)의 Headrush 헤드러쉬 시리즈
Strymon의 Iridium이리듐
뒤늦은 후발주자로 Boss의 GT1000과 1000core 등
IR이 가져다주는 기술력으로 인한 사운드의 증강은 엄청난 대세라고 할 수 있겠지. 아날로그 앰프와 비교하여 기존의 멀티 이펙터 앰프 시뮬레이터의 한계를 또 한 번 돌파하게 해 준 IR이라는 기술 덕분에 연주자들은 IR이 적용이 가능한 멀티 이펙터 제품들을 구매하는 걸 선호하고 있어. 아날로그 앰프와 구분하기 힘들다는 긍정적인 평과 함께, IR은 지금 굉장히 핫하고 인기 있는 기술이지.
하지만 Tech21은 아직도 그들이 재현해낸 아날로그 시뮬레이팅 기술을 고수하여 현재 발매하는 제품에도 별도의 USB 단자나 IR 로더를 지원하고 있지 않아.
대세를 역행하는 그들의 고집과 장인정신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 걸까? Tech21의 제품을 몇 년째 계속 쓰고 있는 나의 관점에서 한 번 얘기해볼까 해.
Tech21을 맨 처음 접하게 된 건, 2015년 9월, 광화문에 있는 복합 문화공간 에무라는 곳에서야. 그날 뮤지션들의 바자회가 열렸는데, 크라잉넛 기타리스트인 이상면 님의 판매 부스를 흘깃 봤더니 Tech21 Samsamp GT2가 있지 뭐야.
1989년에 Tech21이 설립되면서 Sansamp Classic이라는 기념비적인 모델이 출시됐고,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사용해서 또 굉장히 유명했었지. 그 모델을 근간으로 해서 이 Sansamp GT2로 기술력이 전승됐다고 할 수 있어.
안 그래도 당시 밴드에서 합주를 하면서 오버드라이브끼리 스태킹 해서 쓰는 것보다, 품질 좋은 앰프형 디스토션 페달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이 페달에 대해서 정보를 찾고 있을 때였거든.
부스에 올라온 이 녀석의 판매 금액은 8만 원. 당시에 용돈으로 생활하는 대학생이라 돈이 모자라던 나는 같이 따라온 친구에게 돈을 빌려서 이 GT2를 구입하게 돼. Tech21과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지.
산스'앰프'니까, 프리앰프라는 쓰임새에 사로잡혀있던 나는 합주 날 앰프의 인풋에는 케이블을 꽂을 시도조차 않고 Send-Return(센드-리턴)으로 케이블을 연결해서 사용해볼 작정이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왜 인풋에는 꽂는 걸 시도해 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았지. 이펙터를 다루는 게 서툴기도 했고, 결국에 자금난으로 다시 팔았거든.
세월이 흘러 아직도 중고 거래하면서 제일 후회하고 있는 일이기도 해. 무엇보다 저렇게 영어로 'LEE SANG MYUN'이라고 적혀있는 이펙터가 세상에 몇이나 되겠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나의 판단 미스야. 상면 님께는 지금도 괜스레 죄송하고. 크라잉넛 팬들에게도 굉장히 의미 있는 물건일 텐데.
그렇게 GT2를 팔고 나서 실의에 빠져있을 무렵, Tech21에서 정말 대단히 혁신적인 이펙터가 출시되게 되는데...
바로 소형 아날로그 멀티 이펙터의 장을 열기 시작한 Fly Rig 5 야.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