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뻑곰이 직접 써본 이펙터 열전>
2014년에 Tech21에서 출시한 Fly Rig 5은 NAMM쇼에서도 화제가 될만큼 뜨거웠어. Fly Rig 5. 그냥 플라이릭이라고 읽을게. 단촐한 페달보드를 챙기고 다녔던 나는 플라이릭을 보고 이거면 되지 않을까...? 하는 강한 소비욕구가 생겨버렸어. 굉장히 매력적인 구성이었거든. 부스터, 디스토션, 프리앰프, 딜레이. 프리앰프에 속해 있는 리버브까지. 복잡한 사운드를 내지 않을거라면 이것만한 대체제가 없어보였어. 무엇보다 크기가 기타 가방 안에 쏙 들어갈만큼 아담하고 컴팩트한거 있지!
여튼 그냥 한 눈에 반했던것 같아. 디자인도 너무 좋았고. 요즘엔 V2라고 해서 새로운 버전의 플라이릭이 출시됐는데, 기능은 다양해지고 좋아졌을지 몰라도 디자인은 많이 후퇴했다고 생각해. V1의 심플한 디자인을 나만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고.
이 때, 플라이릭은 또다른 버전으로 출시가 됐는데 포이즌, 미스터빅과 와이너리 독스에서 기타를 치던 리치 코첸 버전으로 출시된 RK5(붉은 색)라는 모델이야.
RK5는 리치코첸 시그니처로 나온 만큼 기존 플라이릭과 차별을 둔 점이 있는데, OMG(오마이갓인가...?)라는 리치코첸 전용 디스토션을 플렉시 드라이브 대신 탑재했다는 것이지(OMG는 이후 Tech21에서 단독 이펙터로 출시했어). 이게 상당히 사운드가 듣기 좋았던 걸로 기억해. 두루두루 쓸만한 하이게인 사운드였기 때문에, 당시 펑크를 하던 나에게는 상대적으로 디스토션의 양이 적은 플렉시 드라이브가 탑재된 플라이릭보다 이 RK5가 더 눈에 띄어서 결국 RK5를 구매했어.
물론 믹서나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다이렉트로 꽂는 것이 원칙이긴 하지만, 앰프 인풋에서도 상당히 괜찮은 소리를 내줬어. 물론 합주든 공연이든 이펙터와 앰프의 궁합도 생각해야 하는데, 펜더 블루스 주니어 앰프와의 상성은 최악이었던 걸로 기억해. 개인적으로는 마샬 같은 친구들이 오히려 이펙터를 잘 받아들여줘서 나는 펜더, 복스, 오렌지같은 앰프들보다 공연장에서 제일 먼저 찾는게 마샬이야.
이제 몇년간 플라이릭을 써오면서 느낀 장단점들을 기능과 함께 설명해볼까 해.
장점을 먼저 얘기해보자면, 첫번째로는 단연 압도적으로 콤팩트한 크기와 무게에 있어. 가로로 좀 길게 설계된 디자인이긴 하지만 텐키리스 키보드보다도 작고 가벼워. 그냥 기타 가방 앞주머니에 쏙 넣으면 끝.
두번째로는 구형 기준으로 정말 저렴한 중고가. 한창 스쿨뮤직에서 정식으로 수입해서 판매했을 때 정가가 43만원 정도인가 했는데, 뮬에서는 현재 구형 플라이릭을 기준으로 10~15만원 선에 판매되고 있어. 3채널인것을 감안하면 각 채널당 5만원이라는 얘기인데, 아날로그 딜레이와 산스앰프, 플렉시 드라이브 소리 모두 준수한 편이야.
아날로그 딜레이에는 탭템포도 달려있고, 드리프트라는 노브를 통해서 어느 정도 모듈레이션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어. 산스앰프의 퀄리티는, 비록 요즘 IR이 탑재된 멀티이펙터들의 기술력이 무시무시하지만 아날로그의 감성이 충분히 묻어나오는 좋은 소리를 내주고 있어. 드라이브 노브와 레벨 노브를 조정함에 따라 정말 실제 앰프를 만지는 기분이 들게 해주는 직관성, 민감한 이큐값은 다양한 톤을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지. 플렉시 드라이브는 그 마샬의 옛날 앰프 사운드인데, 약간 뭉툭하면서도 바스라지는 그 질감을 굉장히 잘 살렸다고 느꼈어. 그러면서도 사운드에 범용성을 가미해서 하이게인 즁즁 소리는 기대할 수는 없지만 좋은 질감의 디스토션 사운드는 충분히 내어줄 수 있어.
이제 단점을 얘기해볼까. 첫번째로는 너무 컴팩트하게 줄인 나머지, 다른 이펙터 페달이 중간에 들어올 센드 리턴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이러면 중간에 내 취향의 페달을 플라이릭 회로에 삽입할 수가 없으므로, 딜레이단의 뒤, 플렉시 드라이브의 앞단에 추가적으로 이펙터를 올릴 수밖에 없어.
둘째로, 산스앰프의 프리앰프와 스피커 시뮬레이터가 동시에 켜고 꺼지는 구조야.스피커 시뮬레이터가 따로 온 오프가 안되는 탓에, 스피커 시뮬레이터의 소리가 기본적으로 가미된 소리라는 점. 아날로그 앰프에 인풋으로 꽂고, 캐비닛 스피커와 스피커 시뮬레이터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 프리앰프 부만 사용하고 싶은 상황이 있을 건데. 구형 플라이릭은 스피커 시뮬레이터 버튼이 따로 없어. 기존에 Tech21에서 출시하던 프리앰프 시리즈 페달들에는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는 기능인데 말이지. 이후 출시된 플라이릭 V2에서는 스피커 시뮬레이터도 온 오프가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가 되었어.
셋째로, 부스터가 Pre나 Post의 위치를 정할 수 없이, 게인부스터로 밖에 활용하지 못한다는 점.
부스터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나는, 솔로 파트를 연주할 때 기타의 볼륨을 올리면서 밴드사운드에서 치고나오게 해주는 것이라고만 막연히 생각했었어. 하지만 이 부스터라는 것이 디스토션의 뒷자리에 와야 그 디스토션의 톤을 가지고 볼륨을 올려주는 것이라는 걸 너무 늦게 알았지. 디스토션이나 드라이브의 앞에 부스터가 있게 되면 게인이나 그 신호의 양감이 풍부해질 뿐, 볼륨을 올려주지 않아. 모자란 플렉시 드라이브의 게인에 게인 부스터를 넣은 격이지. 단지 플라이릭만 가지고 기존 사운드에서 볼륨을 올린 기타 솔로를 치고 싶다면, 권장하지 않아.
쓰다 보니까 단점이 좀 있는 편인데, 그렇다고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야. 너무 컴팩트하게 출시된 탓에, 기능이 축소되었고 결국 접근성에 있어서 고집불통이다... 라는 것 뿐이지. 플라이릭의 성능 자체는 훌륭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