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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뻑곰 Jul 01. 2023

근황 토크

뻑곰은 잘 살고 있는가

늦은 나이에 취직을 다시 했습니다.

해놓은 것이 1도 없는 상황에서, 제 스스로의 재능과 성실함에 대해 꾸준히 의심한 결과였습니다. 낭만을 좇아 자유를 만끽하며 되는대로 살아왔던 저는, 그래요. 남들의 응원을 진수성찬처럼 여기면서 진정 저를 아끼던 가족, 친구, 반려 모두에게 뒤통수를 치면서 살았어요. 그리고 무책임하게 다시 사회인이 되어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매트릭스로 치면 파란약을 먹은거죠.

'꿈을 가지고 더 치열하게 살았어야 했는데'

라고 후회하기엔 이미 너무 늦은 것 같습니다. 꼬박꼬박 월급을 챙겨주면서 제 시간을 빼앗아가는 회사가 더 나았던 걸까요? 인간의 마음은 너무 나약합니다. 아니, 모든 인간이 그러진 않겠죠. 제 마음만 그랬을 뿐.


illustrated by @gamja_ni


첫 월급을 받았을 때는 드디어 밀린 월세와 카드값을 갚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어요.

그런데, 같이 작업을 함께했던 좁은 원룸의 팀원들을 저버려두고 비열하게 나 혼자서만 살 길을 찾았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기쁜건지 슬픈건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제 마음은요, 그런 얄팍한 안정감으로는 잘 살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기엔 턱없이 모자라다고 제게 회초리질을 합니다.


남들 앞에선 잘 웃기도 하고 직장에서도 상사들과 잘 지내는데요, 왜 브런치에 이렇게 글을 쓸 때면 딱히 밝은 글이 나오지가 않는 걸까요? 태생이 찌질한 음악을 했어서 그런가, 이런 제 모습이 솔직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삶이 못났다고 스스로 마구 비관하지는 않는데 그 잠깐에 감상에 사로잡혀서 쓰다 보면 이런 글밖에 나오지가 않더라구요.


언젠가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제 머리는 수동형 멧돌이어서 전원이나 건전지로 돌아가지 않다보니 누군가가 한바퀴 정도는 돌려줘야만 극소량의 생각의 잔여물이 나오거든요. 완전 비효율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글을 쓰다보면 이상하게 그 때는 머리가 조금씩 돌아가는 기분이 들어요. 여자친구랑 얘기할 때도 말을 잘 못하니 카톡으로 쓰는 일도 다반사구요. 대체 말 못하던 선조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바가지를 썼을까요? 이건 뭐 벙어리도 아니고... 생각을 입으로 내뱉는 것이 굉장히 어색한 제게 현대문명은 없어서는 안될 존재입니다. 그러니까 저같이 활자로 생각을 펼치는게 편하신 분들은 밖에서는 입을 함구하고 이렇게 인터넷 구석에서 키보드를 두들기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정말이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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