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과, 대세를 따르는 것>
최근에 유튜브에 기타를 연주한 영상들을 올리고 있다.
섬네일이 조금 괴악한데, sake L 님의 이마트 배속영상에 영감을 받아 만든 것이다. 아마 사람들이 나쁜 오마쥬의 예시로 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지만 이렇게 섬네일로 어그로를 끌면 사람들이 더 많이 봐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컸다. 결과는 나쁘지 않다. 조회수가 1,000회를 넘겼다. 원래는 조회수가 세 자릿수만 나와도 기뻤기 때문에 네 자리 까지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고리즘의 조그마한 간택을 받아 조회수가 펌핑을 받더니 이내 2000회를 바라보는 중이다. 아직 이런 걸로 기뻐하면 안되...나 싶기도 한데 솔직히 좀 두근거리고 기쁘기도 하다.
평소 한 밴드의 기타리스트로서, 다른 곡들을 연습하기도 하고 소소하게 20초짜리 커버영상을 찍는 게 삶의 낙이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제대로 콘텐츠를 만들어 업로드한 적은 처음인데, 여자친구와 현재 프리랜서로 재직 중인 무모한 스튜디오 식구들의 응원의 힘이 컸다. 전공생도 아니고 잘 치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2000명 가까이 되는 사람이 영상을 보러 와주었다는 사실에 내심 조금 자신이 자랑스럽다.
영상을 올릴 때 제작과정에 대해서 간단히 얘기해보려 한다. 선곡은 유행과 내가 좋아하는 곡을 저울질하여 번갈아서 하는 편이다. 그러고 나서 영상을 찍는다. 여자친구의 DSLR, 나의 연주, 맥북, 오디오인터페이스, 이펙터. 이 정도 준비물을 가지고서 1시간 정도 영상을 찍는다. 현재 사무실 겸 거주지인 원룸은 복층 구조인데, 1층이 아닌 복층에서 영상을 찍는다. 꾸준하게 복층 옷장에 기대어 연주하는 것을 컨셉으로 촬영을 하려고 시도하는 중이다. 하나의 채널의 아이덴티티로 생각한 것이라 개인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복층의 높이가 1m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굉장히 비좁지만 한편으로 그 낭만과 향수가 느껴지기 때문에, 복층에서 연주하는 나를 사람들이 조금은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아이디어는 비롯되었다.
취직을 준비하기도 하면서, 이렇게 콘텐츠를 정기적으로나마 만들게 되면 언젠가 사람들이 음악 하는 나를 제대로 봐주지 않을까. 이런 자그마한 희망을 가지고 올 해는 유튜브에 내 얼굴을 많이 비추어보려고 한다. 보통 연주영상에서 얼굴을 가리고 기타와 손에 포커스를 두고 영상을 투고하는 분들이 많은데, 나는 얼굴을 드러내어 흉흉한 인터넷 세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스스로의 연주 스킬에 큰 자신은 없지만, 사람들이 재미와 참고용으로 많이 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도 복층은 공기가 잘 순환되지 않아 답답하지만, 그런 쿰쿰함 속에 나의 낭만을 이불처럼 두르고 하루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