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솔로가 멋지게 들린다는 친구의 말에>
꾹꾹이라고 흔히 불리는, 아날로그 페달들에 대해서 설명을 정말 아는 대로 주저리주저리 얘기한 것 같은데... 네가 잘 따라왔는지 모르겠네.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
이제 내가 너한테 여태 설명한, 여러 종류의 페달을 한데 모아서 만든 페달보드라는 것을 설명해줄 거야! 나처럼 장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흥미진진한 얘기일지는 모르겠지만, 넌 아마 '으...'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 우, 우린 친구잖아... 이게 다 기타를 치는 널 위한 거라고! 흠흠.
페달보드는 기타나 베이스 연주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핵심적인 장비야.
왜냐하면 각 이펙터 회사에서 개발한 페달 별로 소리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또, 페달 간의 조합에 따라 무궁무진한 소리의 경우의 수가 생기기 때문에.
우선 내가 실제로 사용하는 페달보드를 예시로 보여줄게. 장비 관련 포스팅을 쓰면서 뭔가 내가 쓰는 장비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어떤 시그널로 이어져 있는지 알려주면 나중에 네가 페달보드를 짤 날이 올 때,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물론 사용자에 따라 굉장히 복잡한 보드도 많지만, 내건 꽤나 간단하거든.
뻑곰의 페달보드
짜잔~! 이게 지금 내가 라이브 공연 때 쓰고 있는 페달보드야. 집에서는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앰프 시뮬레이터 이펙터에 연결해서 데스크톱에서도 필요할 때 사용하고 있어. 페달보드의 이펙터 시그널 순서를 정석적으로 밟은 보드라고 할 수 있지.
사람들이 대략 흔히 쓰는 정석적인 순서는
기타 ➡️ 튜너 ➡️ 컴프레서 ➡️ 오버드라이브 ➡️ 디스토션 ➡️ 부스터 ➡️ 모듈레이션(Ex - 코러스)
➡️ 딜레이 ➡️ 리버브
순이거든.
나의 이펙터 배치 순서는 아래와 같아.
<뻑곰의 이펙터 배치 순서>
기타 ➡️ Boss TU-3(튜너) ➡️ Vertex Steel String(로우 게인 오버드라이브)
➡️ Xotic AC Booster Custom Shop(메인 오버드라이브) ➡️ Bogner La Grange(메인 디스토션)
➡️ Dunlop Dvp4(볼륨 페달/마스터 볼륨용) ➡️ Boss DC-2w(코러스) ➡️ Boss DD-3(디지털 딜레이)
➡️ Strymon Flint(스프링 리버브 / 트레몰로)
페달보드 프레임은 Nux 사의 Bumblebee라는 라인업의 M사이즈를 쓰고 있고,
파워 서플라이는 Strymon 사의 Ojai,
패치 케이블은 어느 정도 퀄리티가 보장된 가성비 있는 것들을 섞어 쓰고 있어.
무게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저울에 재본 내 페달보드 무게는 5.7Kg 정도가 나와. 이제 여기서 페달보드 케이스와 파워의 전원 케이블, 앰프와 기타에 연결할 5M 길이의 케이블 2개의 무게를 더하면 대략 8kg 정도는 될 것 같네. 여기다가 기타를 메고 나가면... 그 날 하루는 군대에서 행군했던 기분을 맛볼 수 있어. 취미 생활의 끝판왕은 자동차와 부동산이라고 하던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왜 그런지 조금은 절실히 느껴지는 날이 있더라.
페달보드라는 물건은 기타보다도 나라는 연주자를 표현하기에 걸맞는 명함같은 거라고 생각해. 어느 페달이 자신이 하는 음악과 어울리는지, 앰프와 물렸을 때 조합이 어떤지 등을 고려해서 완성도 있게 만들어진 보드는 무대에서 연주자에게 강력한 무기야. 마치 토르의 묠니르처럼 말이야.
하지만,
이펙터 하나를 고를 때마다 차오르는 고민과 지름신
가성비를 논할 수 없는 이펙터 단일 개체의 가격(이 때만큼은 멀티 이펙터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음)
하나둘씩 모이면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하는 무게
이펙터와 패치 케이블, 파워 등 보드 구성품 중 하나라도 고장나면 원인을 찾기 위해 보드를 분해하는 똥꼬쇼를 해야 함(적벽대전의 연환계가 생각나는 부분)
이런 분명한 단점도 존재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해. 그래서 페달보드는 초보보다는, 어느정도 기타를 치고 귀가 조금은 트였을 때 하나씩 알아가면서 꾸리는 것을 추천해.
다음 시간에는 페달보드를 통해 꾸릴 수 있는 이펙터의 정석적인 조합법에 대해 알아볼거야.
이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