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솔로가 멋지게 들린다는 친구의 말에>
내가 기타를 맨 처음 잡았던 건 아마 2002년. 초등학교 4학년, 아직은 굼벵이가 땅 속에서 움츠리고 있는 6월의 초여름이었다.
TV에 나오는 또래 친구가 클래식 기타로 <로망스>를 연주하는 것을 보고 끝내준다고 느낀 나는 바로 기타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부모님께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설득했고, 예상과는 달리 쿨한 허락과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엄마는 평소 법규와 브이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신경이 모자라게 분포된– 내 손가락을 보고 기타라도 배우면 좀 나아질 것이라 생각하셨다고 한다. 아들의 멋진 취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치료를 위해 그렇게 생각하셨다니. 동상이몽이라는 고사성어가 이럴 때 쓰는구나 싶을 만큼 절묘하게 느꼈다. 그렇게 시작한 기타는 소중한 나의 취미로 자리 잡았다.
훗날 어머니는 내가 기타를 배우게 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다. 원만히 이공계 대학교를 졸업해 취업 루트를 타던 내가 31살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아티스트의 길로 완전히 드리프트를 해버린 탓이다. 물론 이전에는 대학교와 직장을 다니면서 밴드 생활을 병행하고 있었고, 음악을 하려면 일정한 수입을 가져다주는 고정 직장이 필수라는 신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인생의 업을 아티스트로 정했고, 그것이 허황된 꿈이 아닌 실존하는 멋진 나의 직업으로 만들기 위해 일보 전진하고 있다. 그러면서 안정된 생활을 저버리고 내가 좋아하는 길을 택한 만큼, 내가 일생 겪지 못한 많은 생각들과 불안, 책임이 뒤따라온다. 그런 것들이 날 더 성숙하고 발전하게 만들길 바랄 뿐이다.
결국 움직이는 건 나 자신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직장을 다니던 시절보다 분명 배고프지만, 내 꿈을 위해 진심으로 도와주는 나의 여자 친구와 친구들, 동료들에게 감사하며 오늘도 기타를 치며 글을 끄적인다. 외주 마감이 코앞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