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의 모래를 보탠다
오늘은 어느 무더운 여름날 받았던 성배순 시인님의
『한 알의 모래를 보탠다』 시집에서
「우리는」이란 시를 불러내 봅니다.
한때는 바람이었다가 구름이었다가
흰 눈꽃으로 그대 어깨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지요.
어쩌면 우리는 그때
매일매일 만났는지도 몰라요.
처음부터 그대의 향기가
낯설지 않았거든요.
먼 길 돌아 첫눈에 반한 우리 두 사람
비로소 오늘 두 손을 잡았지요.
비바람 속에서도
폭풍우 속에서도
부디 이 손 놓지 않기를.
우리 이제 서로 든든한 나무가
되기로 해요. 나무의 그늘만
고집하지는 않기로 해요.
밝은 햇빛만 사랑하지는 않기로 해요.
그대 하나로, 그대 하나로 충분히 환한
오늘이기를, 내일이기를
소망해요, 사랑해요, 그대.
“우리는”이란 단어는 참 좋다. 모든 사물에 우리를 붙이고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우리를 붙이고 가만히 우리를 발음해 보면 모든 것들이 내 것이 된 것 같고, 모두가 내 편이 된 것처럼 든든해지고 행복해진다. 그 “우리는” 이란 시를 가만가만 읽어보면 어느새 마음 한 자락 충만해진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서로의 언어와 사고방식이 다르다고 해도 우리라는 단어로 묶이면 한순간 눈이 녹듯 따스해지고 다 이해하게 된다. “한때는 바람이었다가 구름이었다”라고 해도 바람의 언어 구름의 언어가 소통할 수 있게 된다. 참 이상한 일이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마음으로 봐야 보인단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거든”이란 말처럼 우리는 이란 단어에는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우리가 모르는 그 무엇인가가 있는지도 모른다.
“먼 길 돌아 첫눈에 반한 우리 두 사람/ 비로소 오늘 두 손을 잡았지요.”라는 시구처럼 영원히 그렇게 살 수 있기를 “그대 하나로 충분히 환한” 우리가 될 수 있기를 시인은 소망하고 있다. 간절함이다. “부디 손 놓지 않기를” 이 험난한 세상 다리를 건너 듯 우리만이라도 그렇게 살 수 있기를 두 손을 모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