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를 읽으며 장사익씨가 부르는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를 흥얼거려본다. 봄이 오면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라고 하는 애절한 노래를 듣고 또 들으면서 봄날을 보냈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간다. 봄날처럼 붙들고 싶어도 가고 만다. “사랑은 희미한 그림자일 뿐이라며” 시인의 봄날 역시 아무도 모르게 자늑자늑 흘러간다. 우리에게 오는 모든 것들은 사랑처럼 “찰나”의 것인지도 모른다.
“때로는 속는 것도 달콤”하여 그런 줄 알면서도 그 병에 걸리고 싶어한다. “눈멀고 귀먹어 안달” 나게 하는 그런 사랑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그 사랑은 희미한 그림자만 남기고 봄날이 가버리는 것처럼 영영 가고 있다. 사랑만 가버리면 좋으련만 희망에 들뜨게 하는 봄날도 데리고 가버려 사랑도 봄날도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가버린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기쁘게 하는 것들, 노여움에 빠지게 하는 것들, 슬프게 하는 것들, 즐겁게 하는 것들 등 모든 것들이 해당 될 것이다. 삼라만상 천지만물 모든 것들이 결국은 봄날처럼 가버린다.
시인은 사랑하는 아내가 치매에 걸려 “모든 것을 놓아버린 상황”을 보면서 421편의 치매행이란 연작시를 오랫동안 써왔다. 이제 그 아내는 봄날처럼 가버렸지만, 시인의 가슴에 남아 있어 “이별도 연습도 아프다”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