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 작가
누구나 재미있게 살기를 소망한다. 그날이 그날 같은 지루하고 지친 날이 반복된다면 재미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무엇인가 변화를 주어야 삶이 재미가 있을 것이다. 그 변화는 우연히 생길 수도 있지만 때로는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가능하다.
어떤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 일이 하고 싶은 일일 때도 있고, 하기 싫은 일일 때도 있다. 하지만 끝났을 때의 홀가분함은 작은 변화를 주기도 한다. 그 작은 변화가 재미있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찾아 나선 것이 김승일 작가의 “재미의 발견”이란 책이다.
책을 읽으면 책의 내용에 대해 생각해보고 내 삶에 적용해 보는 일은 당연하다. 하지만 읽는 행위가 읽는 것으로 끝난다면 의도적으로 나를 재칙질하는 일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재미의 발견”은 내게로 왔다. 내가 좋아하는 “봄이 벚나무와 하는 것과 같은 걸 너와 함께 하기를” 이란 파블로 네루다의 시 한 구절처럼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으리라.
“재미의 발견”은 4부로 되어 있었다. 1부에서는 당신이 몰랐던 ‘재미’에 대해 “재미는 당혹하고 집중하게 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뜨는 콘텐츠에는 공식이 있는데 그것이 “재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재미가 무엇인지 궁금하여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작가는 재미있는 콘텐츠에는 특이(特異), 전의(轉意), 격변(激變)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설마 하면서 빠져들어갔다. 특이(特異)는 보통 것이나 보통 상태에 비하여 두드러지게 다른 것이고, 전의(轉意)는 생각이 바뀜, 의미가 바뀜이며, 격변(激變)은 상황 따위가 갑자기 심하게 변한 것이라고 말한다. 재미에 있어서 특·전·격은 가장 핵심적인 요소임을 강조한다.
심리학자는 우리의 의식을 현재 의식과 잠재의식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꼬치꼬치 따지고 계산하고 머리를 굴리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현재 의식과 정서, 충동, 본능을 주관하는 잠재의식이다. 현재 의식이 특·전·격에 의해 백지상태가 되면 잠재의식은 특·전·격을 만들어낸 대상에 당황하고 집중하게 되는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있다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2부에서는 재미의 시작인 특이, 전의, 격변, 특·전·격의 마지막 효과인 스트레스 파괴, 갈등의 시작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삶에서든 콘텐츠에서든 ‘보통’에서 벗어날수록 당혹하고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불구경과 싸움구경이 제일 재미있는 이유도 일상에서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일이 특이점이 일어남으로 현재 의식은 잠시 날아가고 잠재의식만 남아 그것에 당혹해하며 집중한다는 것이다. 당혹과 집중이 바로 재미의 뿌리라고 한다.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이 경쟁, 도발, 추격, 대결이란 다른 이름으로 싸움을 붙이고, 시청자들은 그 싸움구경을 하면서 당혹해하고 집중하는 재미를 찾는다는 것이다. 더불어 우리가 즐겨보는 스포츠인 격투기, 축구나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미식축구 등도 싸움구경의 다른 언어임을 인지시키고 있다.
작가는 시는 전의(轉意)다라고 말한다. 의미의 변화를 만드는 은유, 즉 인간 세계에 대한 강력한 메타포, 강렬한 전의 역시 당혹과 집중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한다. 고정관념을 깨는 것 역시 전의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작가는 재미를 주고자 한 어떤 행위가 단 한 사람에게라도 고통을 준다면 윤리적으로 옳지 않음을 특·전·격이 일어난다고 해도 불쾌한 감정이 유발한다면 재미있는 콘텐츠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격변에 대한 예시로는 드라마를 보게 하는 힘이나. 넷플릭스를 몰아 보는 이유나 성공하거나 인기를 잃은 영화 등의 사례를 말하고 있다.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 따위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은 특·전·격의 증폭제인 불안정성이나 격변의 폭의 변화를 통해 클리쎄가 깨지면서 당혹하고 집중하게 되어 재미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전·격의 마지막 효과로는 당혹과 집중만이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가 된다고 한다. 뇌 과학자인 마커스 라이클 교수는 무언가에 집중하면 과열된 뇌에 쉬는 효과를 주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한다. 그리고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민족 대명절 설로 인한 격변은 우리가 직접 겪는 현실의 격변으로 언제 끝날지 확실하지 않기에 인간 갈등의 요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3부에서 재미의 완성은 무조건 통하는 콘텐츠 제작법과 재미의 황금비율을 찾아라는 사례로 구성되어 있다. 기획의도에 특·전·격을 찾고 실패하지 않는 콘텐츠 기획법 등 특·전·격을 통한 당혹감과 집중, 갈등을 파생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 콘텐츠의 공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특·전·격의 황금비를 찾기 위해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고 무엇 때문에 그렇게 반응한 지 소개하고 있다. 시청자가 웃음 짓기를 원하면 웃음소리를 눈물짓게 하기 위해서는 우는 소리와 슬픈 배경음을 깔아주는 것처럼 특별한 감정을 만들어내는 공통점을 찾아내 보여주고 있다. 귀여움, 공포, 그로테스크, 색다른 관점과 색다른 조합을 해내는 능력인 창의력, 피카소와 브라크의 입체주의 혁명, 특·전·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4부에서는 재미의 증폭에 대한 요소들을 소개하고 있다. 특·전·격이 더욱 큰 당혹과 집중을 일으킬 수 있게 돕는 특·전·격의 증폭 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연관성, 공감, 불안정성, 결핍으로 나누고 있다.
류현진의 경기에 가슴이 뛰는 이유는 시청자와 콘텐츠 사이에 연결된 보이지 않는 실인 연관성 때문이라고 한다. 콘텐츠를 기획할 때 이 연관성을 고려해야 효과가 크다. 공감은 타인의 상황과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눈높이를 맞추어야 하고, 가장 밑바닥에서, 가장 쉽게 이야기함으로써 타인은 마음의 문을 연다는 것이다. 불안정성은 충격적인 변화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조성된 상태에서 당혹감과 집중이 일어날 수 있고 특·전·격을 통해 증폭된다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뇌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결핍된 무언가에 집중한다고 한다. 외로움에 대한 결핍, 가치의 추구로 인한 결핍,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존중, 가장 큰 결핍인 위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작가는 지금은 콘텐츠 시대이다. 재미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경쟁력이 있고, 특·전·격과 그 증폭제를 만드는 힘은 그 어느 때보다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마무리하고 있다.
“재미의 발견”을 통해 뜨는 콘텐츠의 공식을 재미있게 읽었다. 조금은 의무감 때문에 모든 일을 제쳐두고 읽었다. 정확히는 재미를 발견하고 싶었다. 그날이 그날 같은 상황에서 빠져나와 또 다른 무엇을 찾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것들에 특·전·격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재미의 발견을 중폭 시키기 위해 연관성을 찾아 공감하고, 불안정성과 결핍을 찾아 당혹해하고 집중하면서 사는 방법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오랜만에 쉽게 잘 쓴 재미를 발견했음을 시인한다.
ps 김승일 작가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