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by 수인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린다. 바닥에 까만 것들이 떨어져 있다. 자세히 보니 버찌다. 벚꽃이 하얗게 피어 나비처럼 휘날릴 때는 꽃만 보였다. 이제 꽃 지고 버찌가 익으니 나무는 무성한 이파리로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다. 시간은 그렇게 아무도 몰래 흘러간 것이다. 코로나19로 무심하게 보낸 시간들 사이로 나무들은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무엇인가 해야 할 것 같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 살고 있으니 발맞추어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반인들에게도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되고 있다. 백신 접종 이상 반응에 대한 뉴스를 접하면서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했다. 백신 접종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번복하면서 몇 번을 망설이다가 결국은 접종을 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예약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나 같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무엇이든 처음은 두렵고 실험대에 오르는 것처럼 결정을 하고 기다리는 시간은 더디 가는 법이다. 달팽이처럼 느리게 느리게 시간은 예의 없이 흘러갔다.


접종 예약 날을 잡아 놓고 주위에서 젊은 사람은 부작용이 많고 나이가 많을수록 부작용이 적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많이 망설였지만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 가사는 위안일 뿐이고, 그래도 나이가 있으니 별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기로 하고 접종 날을 기다렸다.


주위 사람들한테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하기로 했다고 하니 나보다 더 걱정을 하면서 취소하라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말을 했다. 어느 정도 백신 접종을 하고 연구 결과가 나오면 그때 맞으라고 했다. 사람인지라 흔들리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무엇 때문에 마루타를 자처하느냐고 말리기도 했다.


사는 일이 늘 이율배반적이긴 하지만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접종도 안 했으면서 어르신들에게 접종하시라고 설문지를 작성하면서 독려한다는 일은 웃기는 일이었다. 75세 이상 어르신들한테 화이자 접종을 하실 것인지 설문지도 작성하고 그분들이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도록 함께 동반하기도 하면서 마음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비록 순서는 오지 않았지만 접종을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접종할 수 있는 기회가 오자 접종하기로 결정했다.


시간은 흘러 예정된 날이 딜레이 되고 다시 접종 의사를 물어오면서 갈등이 있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차 접종하고 2차 접종이 11주 정도 걸린다고 해서 취소하고 7월에 접종할 수 있다는 화이자를 맞을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이왕 맞기로 했으니 1차 접종이라도 하면 확진자와 접촉을 하더라도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고 해서 최종 결정을 지었다.


백신 접종 날을 기다리는 일은 예를 갖추는 일이었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 나름 신경을 쓰고 조심을 했다. 그동안은 30대는 시속 30km, 50대는 50km처럼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나이에 비례한다고 생각했는데 접종 날을 기다리는 시간만큼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더디기만 했다. 그래도 접종 날은 서서히 다가왔다.


접종 날 아침, 걱정이 되었다. 예전에 독감 예방접종을 하고 독감에 걸린 기억이 있어서 사실 접종에 대한 두려움이 누구보다 많았다. 접종 시간을 기다리는 마음 상태를 뭐라 표현하기도 그렇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체한 것처럼 불편했다. 설문지를 작성해서 출력하고 접종 장소로 향했다. 그동안 어르신들이 2차 접종까지 한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으면서도 뭔가 미심쩍은 것은 내가 접종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설문지를 제출하고 의사와 상담을 하고 주사 놓는 곳으로 이동했다. 옷을 걷어 올리고 왼팔을 내밀자 눈 깜짝할 사이에 간호사가 팔뚝에 주사를 놓았다. 다른 주사는 순간적인 통증이 있는데 이것은 통증도 없이 찰나에 맞게 되었다.


간호사는 타이레놀 2알을 주면서 혹시 열이 나면 먹으라고 했다. 대기실에서 20분 정도 기다렸다가 이상이 없는 것 같아 돌아왔다. 하루를 보내고 해 질녘 열이 나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해열제 2알을 물과 함께 삼켜버렸다. 주위에서 예방차원으로 미리 먹어야 한다기에 의무를 이행하듯 그렇게 했다. 밤이 오자 졸음이 쏟아지고 피곤해서 잠들어버렸다. 그렇게 다시 아침이 오고 다행히 큰 증상은 없었다. 몸이 두둘겨 맞은 것처럼 조금 묵직하고 근육통으로 피곤하긴 했다.


같은 날 접종을 했던 동료 중에는 밤에 한기가 들어 힘들었다고 했지만 모두들 큰 이상은 없다고 했다. 접종 부작용으로 인해 고생하신 분들의 뉴스를 접하면서 그래도 다행이어서 이것도 하나의 축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처음 걱정과 달리 평온한 날을 보내고 있다.


아직은 멀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 예약을 했고 이제는 접종 결과에 관심을 갖게 된다. 젊은 사람보다 나이 든 사람이 항체 형성이 덜 되고 지연된다는 독일 연구진의 분석 결과도 있다. 접종 후 부작용이 백신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 같고 2차 접종 결과도 차이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부작용과 효능은 무관하여 항체 형성이 된다는 연구진들의 연구 결과를 믿어본다.


이제 2차 접종을 기다리면서 일상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벚꽃이 피고 지고, 열매가 맺고 시간이 흘러 버찌가 익는 것처럼 그런 날이 멀지 않기를 바래본다. 그리하여 바람이 멈추고 비도 멈추는 것처럼 코로나19 발생현황을 확인하는 일도 멈출 날이 올 것이다. 일상은 그렇게 서서히 우리에게 빛처럼 스며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