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은 또 다른 시작
호수가 있고 숲길이 있는 포카라 페와 호수가를 조깅하려고 일찍 나섰는데 대문이 굳게 닫혀있다. 6시가 되니 대문을 열어 준다. 어제 비를 맞고 걸으면서 젖은 옷가지와 장비들을 빨아서 옥상에 널어 두었다. 아침에 올라가니 그사이 뽀송뽀송 말랐다. 햇살 좋은 포카라다.
아침 산책은 폐와 호수를 어슬렁 걸었다. 포카라는 인도 여행에 지친 배낭여행자들이 휴식을 위해 많이들 찾는다. 휴양 도시답게 페와 호수는 지친 육신과 마음을 치유해 준다. 어제는 비가 내려 마차푸차레가 보이지 않았다. 청명한 아침에 또렸한 민낯을 보여 준다. 네팔인들이 신성시하는 그 봉은 하얀 얼굴로 분단장을 하고 내려다 본다. 푸른 산 위로 유난히 높이 있는 설산들이 병풍처럼 포카라를 감싸고 있다.
한국에서 온 단체 배낭여행팀을 페와 호수에서 만났다. 회갑 기념으로 인도를 한 달간 배낭여행을 하고 룸비니를 거쳐 어제 저녁에 포카라로 왔다고 한다. 남녀 혼성팀으로 건강하게 여행하는 분들이다. 틀에 박히듯 짜여진 코스를 거부하며 내가 주인이 되어 보고 싶은 것 보고 쉬고 싶은 곳에 쉬어 가는 게 배낭여행의 매력이란 말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느지막이 젊은이들 같이 배낭여행을 즐기는 걸 보니 흐뭇하다.
아침 페와 호수에서 일출을 보는 여행자들은 호숫가에서 설산을 바라보는 것으로도 큰 기쁨으로 생각하는데 거길 오르면 감동이 몇 배가 되겠지. 설산을 비추는 해돋이는 새로운 하루의 탄생이라 성스럽기조차 하다. 호수에서 작은 배를 타고 싶었으나 오전 비행기 시간이 촉박해 다음으로 미워야 했다. 포카라의 레포츠로는 페러그라이딩이 대세다. 젊음을 찾는 페러그라이딩도 아쉽지만 담으로 미루고 오늘은 카트만두로 가야 한다.
포카라 국내선 공항은 버스 터미널보다 작은 공항이다. 해가 뜨니 덥다. 산 위와 아래는 확연한 기온차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나바 나무가 자라는 야열대기후이다. 활주로에는 경비행기만 나란히 줄지어 있다. 경비행기 탑승은 공항의 활주로까지 걸어서 가서 탄다. 좌석도 지정해 주지 않는다. 먼저 타는 사람이 자리의 주인이다. 40인승 프로펠러 경비행기에 승무원이 있어 음료수도 준다. 포카라에서 카트만두로 가는 경비행기는 왼쪽에 자리를 잡으면 히말라야의 설산을 바라보면서 갈 수 있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히말라야 산군은 언제 보아도 멋진 모습이다.
어제는 기상 상태가 나빠서 비행기가 뜨지 못했다고 한다. 시간이 촉박한 여행자는 비행기 삯으로 포카라에서 택시를 이용해서 카트만두로 향하던 한국분들이 교통사고로 3명 사망, 1명 중상을 입는 큰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한다. 만약 날씨가 좋아 비행기다 떴다면 택시를 타지 않았을 테고 차량사고를 면할 수 있었지 않을까. 이런 사고를 당하는 걸 보면 운명이란 정해져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10여 일 만에 돌아온 카트만두는 여전히 소음과 매연으로 붐비지만 생동감이 느껴지는 네팔의 최대 도시다.
숙소인 네팔짱에 돌아오니 마치 집에라도 돌아 온 느낌이다. 트레킹 배낭을 챙겨 내일은 다시 Ebc트레킹을 위해 루클라로 가는 경비행기를 타야 한다.
그동안에 부탄 여행을 계획한 강릉에서 오신 전직 교감선생님은 부탄여행을 다녀 오셨고 다시 내일 스님과 같이 일행이 되어 '마나슬루 베이스캠프(MBC)' 트레킹을 떠난단다. 마나슬루는 최근에 많이들 찾는 새로운 트레킹 코스로 아직도 찾는 트레커가 적어 상업화가 덜된 네팔 다움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트레킹 코스라고 한다. 가이드와 동행을 해야 하고 단독 트레킹은 불가하며 2인 이상이 되어야 트레킹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마나슬루와 무스탕 트레킹을 메모해 두었다.
네팔짱의 주인장이 무척 분주하다. 어제 보도된 포카라에서 카트만두로 가던 차량사고가 네팔짱의 손님이라 병원과 대사관 일로 바쁘다. 커브길에서 마주 오던 트럭과 정면으로 부딪혀 일어난 사고란다. 여행은 늘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특히 후진국은 더욱더 그러하다. 안전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
내일 떠날 준비로 'Ebc 팀스'는 준비했고 타라항공 e-티켓을 챙기고 트레킹 경비도 환전했다. US 100달러를 네팔 루피로 환전하니 지패가 두툼하다. 퍼밋은 트레킹 중에 매표소에서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Ebc 트레킹에서 함께 할 포터도 미리 만났다. 키는 그리 크지 않지만 아주 다부진 체격이다. 그의 집은 루클라에 있고 가스레인지와 가사용품을 사러 카트만두에 왔다가 함께 루클라로 가게 되었다. 가는 비행기표는 본인이 구입했고 현지인은 50% 할인해택이 있단다.
타멜 거리로 나가 이번 트레킹에서 사용할 양털로 짠 수면양발을 2켤레 샀다. 아무래도 고산에 오르면 난방이 되지 않아 수면양발이 긴요하게 사용될 것 같다. 발이 따뜻해야 잠을 잘 잘 수 있다. 가격도 많이 착하게 한 켤레 200Rs로 한화로 2,500원이다. 트레킹의 시작점인 루클라가 해발 2,800m니 바로 겨울 속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저녁식사는 당분간 한식을 먹을 수 없어 미리 한식과 이별하기 전에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그리고 밥 한 공기를 추가로 주문하여 든든하게 먹었다. 산중에 들어가면 한식이 많이 그리워질 것 같다. 힘들고 피곤하면 더욱 땡기는 게 한식이다. 그간의 트레킹이 피곤했는지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서 입술 연고제를 바르고 일찍 퍼질러 잤다.
이제 이런 편안한 숙소도 당분간 빠이빠이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 트레킹은 5,000m급 고산으로 15일의 산중 걷기 여정은 결코 만만하지 않은데 체력관리가 중요하다. 이번 트레킹의 하이라이트는 칼라파타르(5,545m)와 촐라패스(5,330m) 그리고 고쿄리(5,560m)가 될 것이다. 숙소에서 확인해 보니 아직도 촐라패스가 눈이 많이 내려 고개를 넘는 길이 뚫리지 않아 촐라패스를 넘은 팀은 없다고 한다. 우리가 갈 때까지 길이 뚫리길 기대한다.
그 모두에 대한 성공 여부는 고소 적응이 좌우한다. 고소 적응? 잘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비스타리! 비스타리!", "천천히, 천천히"다. 내 생애의 가장 높은 곳을 오르는 에베레스트 트레킹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