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카라 가는 길

행복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

by 산달림


Abc트레킹을 끝 마치고 포카라로 가는 날이다. 아쉬움 탓인가? 새벽에 일찍 일어나 란드룩 마을 산책에 나섰다. 란드룩은 꽤 큰 마을로 포카라에서 지프차가 이곳까지 들어온다. 잔뜩 흐린 날씨로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는다. 히말라야 자락의 아침은 여인들이 물소 젖을 짜는 것으로 아침이 시작된다. 외양간으로 가서 퉁퉁 불은 물소 젖을 짤 때는 젖을 빠는 송아지를 밀쳐 내고 젖을 짠다. 손가락으로 젖을 감싸면서 움켜 잡으면 양은그릇에 뽀얀 젖이 물총을 쏘듯 뿜어 나온다. 끊임없이 반복하니 우유가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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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목록 1호로 소중하게 돌보는 물소와 현지인들

우리네 60년대 후반의 모습이 고스란히 베여 있는 란드룩은 옛 고향을 찾은 느낌이다. 부엌에서 밥을 지으려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굴뚝으로 연기가 솔솔 피어오르는 게 고즈넉한 산골의 풍경이 평화롭다. 카레로 아침식사를 하고 길을 나서니 비가 내린다. 그간 비를 맞지 않고 용하게도 잘 피해 다녔지만 마지막 날은 우중 트레킹이다. 다행히 부슬부슬 내리는 비라 그 나름 운치가 있다. 배낭 커버를 씌우고 우의를 입고 걸었다. 이제 내리막길인가 했더니 은근한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한라산보다 높은 2,100m의 마을인 데우랄리를 넘어간다. 비가 내리니 식물들이 생기를 찾는다. 나그네가 힘들 뿐이지 다들 좋아한다면 내가 감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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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구멍가게와 롯지들

길 옆으로는 롯지와 식당이 줄줄이 있다. 여행자가 다니는 길에는 여행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있어 시간 많은 여행자는 쉬엄쉬엄 쉬어가도 되는 길이다. 고산이 버거운 여행자라면 히말라야 둘레길을 걸으며 여행을 해도 좋은 길이다. 우중에 데우랄리를 넘으니 포타나에서 길은 갈라진다. 이곳에서 팀스 검사소가 있다. 하산 신고를 하고 점심식사를 했다. 고도가 높아 비가 내리면 기온이 뚝 떨어져 한기를 느껴 옷을 더 껴입었다. 전망 좋은 오스트레일리안 캠프는 비가 내려 전망을 볼 수 없어 아쉽다. 여기서 안나푸르나 설산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한 번에 다 보려는 것은 욕심인가 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빗속을 걸어 카레(Khare) 마을에 도착하니 포터가 포카라로 가는 택시를 전화로 연락하여 대기시켜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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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좋은 오스트레일리안 캠프의 롯지들

여기서 Abc트레킹을 끝내고 포카라로 간다. 택시 기사는 한국에서 10여 년 일한 적이 있어 한국말을 잘한다. 한국에서 일하며 번 돈으로 택시를 구입하여 택시기사로 살아 간단다. 코리아 드림을 이룬 분이다. 택시 구입 비용도 만만하지 않아 어렵게 샀단다. 먹고 사는 것은 해결해도 돈은 마련하기가 힘든 네팔인들이 쉽게 살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포카라 페와 호수 옆에 있는 식당에 도착하여 그간 함께 고생한 포터들과 차 한잔 하면서 마음을 표시하였다. 그들이 있어 무거운 짐을 지지 않고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다녀올 수 있었다.


오랜만에 한국식당을 찾아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주문하여 히말라야 맥주와 함께 Abc 트레킹 무사 완등을 자축했다. 처음 마주한 설산에 대한 느낌은 컸다. 페와 호수 옆 숙소를 잡고 그간 트레킹 중에 사용한 장비와 옷을 꺼내 놓으니 한방 가득이다. 짐 정리를 하고 홀가분한 복장으로 페와 호수로 산책을 나갔다. 휴양 도시답게 많은 외국인들이 포카라 페와 호수 주변에 가득하다.


네팔 정식인 달밧


저녁에는 네팔의 맛을 느껴 보려고 호수가 식당에서 네팔식 달밧을 주문했다. 이건 완전 건강식이다. 채소가 주류인 식단으로 우유를 발효한 요구르트도 있고 담백한 맛에 먹을 만하다. 거기다 이곳 히말라야 맥주도 안타푸르나를 생각하며 몇 잔 마셨더니 취기가 오른다. 롯지보다 저렴하고 맛도 좋다. 롯지의 물가는 높이 오를수록 가격이 비싸고 음식의 질도 떨어진다.


포카라는 네팔에서 가장 큰 휴양의 도시다. 시간이 여유로울 때 이곳에서 시간 보내기를 해도 좋은 곳이다. 인도 여행 후 지친 몸과 마음을 추 쓰리며 기약 없이 죽치고 있는 장기 배낭여행객이 많은 곳이 포카라다. 내일은 카트만두로 돌아간다. 이번 트레킹의 하이라이트인 EBC를 가기 위해 다시 배낭을 꾸려야 한다.


포카라 페와 호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는 2,000m가 되지 않는 국내산에서 채우지 못한 높이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주었고 말로만 듣던 8,000m 고봉을 직접 내 두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거대한 산 앞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보았고 겸손해야 함을 배웠다. 히말라야 자락에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그들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연이 주는 만큼 누리고 살아간다. 인터넷을 하지 않아도 불편해 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오손도손 살아가는 게 행복은 물질로 가늠하는 게 아님을 배웠다. 잡히지 않는 파랑새 같은 행복을 찾아 헤매지 말고 손안에 잡히는 행복을 만들어 가는 게 그게 행복으로 가는 길임을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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