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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달림 Dec 10. 2019

추억을 담아둔 마포 문화비축기지

보존하고 되살려 미래를 담는 도시의 휴식공간



빠름빠름이 강조되는 최첨단 시대에 역사의 한 단면이었던 석유비축기지가 새로운 얼굴인 문화비축기지로 돌아 왔다. 40년 전의 시간여행으로 그때를 회상하며 자녀들과 손잡고 석유 대신 문화가 담긴 문화비축기지를 찾아 보자.     


‘새벽종이 울렸네로’ 시작하는 ‘새마을 노래’의 2절에는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로 이어진다. 그간 우리는 허물고 새로 짓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국토개발이 한창이던 1973년은 가정에서 연탄으로 난방과 취사를 하던 때에 석유파동을 겪으며 마포 매봉산 자락에 기름 값 안정을 위하여 서울시민이 한 달간 사용할 석유를 보관할 석유 비축기지를 건설하여 1급 보안시설로 분류하여 시민들의 접근을 통제하였다. 


41년간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된 석유 비축기지는 2002년 월드컵 대회 유치로 경기장과 인접하여 안전상 이유로 폐쇄되었고 시민공모를 통해 석유저장 시설인 탱크를 비롯한 전체를 복합 문화와 휴식공간으로 재탄생하여 2017년 9월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둔탁한 콘크리트 옹벽으로 된 석유탱크와  나들이 나온 3대 가족


정문에 들어서기 전 입구 길 앞에 "문화비축기지"란 검정 기둥에 흰 고딕 글씨가 여기가 그곳임을 안내해 준다. 입구 왼편 안내건물에는 안내도와 그동안 건설 배경에 대한 팜플릿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무료로 제공하는 ‘다 함께 돌자 공원 한바퀴’란 팸플릿은 T1 ~ T5까지 돌면서 탱크마다 비치된 스탬프를 찍어 오면 문화비축기지 기념 스티커를 받을 수 있다.                               

석유 비축탱크가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문화비축기지 전경

문화 비축기지를 둘러보는 방법은 왼쪽, 오른쪽 어느 쪽으로 돌아도 되지만 T1 탱크가 있는 왼쪽을 먼저 돌아보기로 했다. 언덕의 들머리 오른쪽은 문화마당으로 큰 규모의 행사를 할 수 있는 문화광장을 옆으로 지나 야트막한 오르막을 오르면 산책로에 은백색의 가늘고 긴 바늘 모양의 은사초가 반겨준다.


맨 먼저 만나게 되는 T1은  파빌리온관으로 콘크리트 옹벽 터널을 들어서면 휘발유를 보관하였던 원형탱크 자리에 암반이 그대로 보여 현재와 과거의 흔적을 불수 있는 시간의 경계를 허무는 공간이다. 평소에는 공연, 전시, 교육 등의 다목적 공간으로 ‘미래 기지전’을 열고 있었다.

변신은 무죄라고? 기름을 담아 두었던 곳이 야외공연장으로 변신

오른쪽으로 걸어가면  T2관으로 이어진다. 돌계단을 따라 공연장으로 올라가는 경사로의 돌계단은 공사 중에 나온 돌을 그대로를 이용하여 재활용하였으며 앞쪽 탱크의 모양인 원형을 배봉산이 그대로 품고있어 자연스런 둥근 공연장이다. 공연이 없는 날은 산책과 담소의 공간으로 이용하기 좋은 곳이다. 

41년전 모습 그대로인 석유탱크

T3은 "미래서울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보존공간으로 Kbs 2Tv 1박2일에 소개된 적이 있다. 석유 비축탱크를 그대로 보존한 곳이다. 당시 근무자들은 옹벽과 탱크를 연결하는 구름다리를 통해 탱크 지붕 위에 올라가 석유량을 확인하고 주변을 관리하였는데 탱크를 보호하기 위하여 땅속 깊이 파고 탱크를 설치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복합 문화공간인 T4는 탱크 내부원형을 그대로 활용한 공간으로 높이 15m의 탱크 주변을 따라 한 바퀴 돌 수 있는 곳이다. 옛 석유 비축기지 근무자들이 탱크로 오르는 철계단을 통해 올라 다녔던 모습을 상상해 보면서 석유탱크를 따라 한 바퀴 돌아보면 이끼낀 콘크리트 옹벽과 위장 색으로 칠한 탱크 외벽이 빛이 바래서 70년대로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다.

석유탱크 안에서 본 가을 하늘

T5는 문화마당으로 이야기관이다. 360도 이미지 영상은 과거 40년의 역사인 70년대 석유비축기지 시절 흑백 영상부터 현재까지 이야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기록시간의 여행" 영상 상영은 아침 9시부터 매시각 15분 간격으로 상영된다.


유일하게 신축한 건물인 T6은 커뮤니센타로 T1과 T2 탱크를 해체하면서 나온 콘크리트 벽과 철판을 그대로 이용해서 만든 건물이다.  기존 깡통형 석유탱크와 같은 모양으로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나선형 복도를 지나면 하늘 공터와 옥상 마루가 있어 동그란 파란 하늘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석유탱크안을전시실로 꾸민 커뮤니센타


내려오는 산책로 주변 조경을 자세히 살펴보면 40년 전의 콘크리트 옹벽을 살린 것에 걸맞게 조경도 거친 느낌의 자연을 살렸고 수목은 주변 환경에 맞추어 심은 흔적을 볼 수 있다. 매봉산의 경사면과 도로 사이에 검은색 자갈을 깔아 경사면의 흙이 도로로 밀려 내려오지 않게 완충지대를 두는 꼼꼼함을 엿볼 수 있다.


헌것보다는 새것이 좋고 나이 든것 보다 젊음이 좋다지만 문화는 새것만 좋은건 아닌것 같다. 오래된 것이 익숙하고 연륜에 묻어 나오는 지혜가 있듯 과거를 지켜 미래로 가는 디딤돌이 된 마포 문화비축기지는 석유를 비우고 문화를 담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우리 곁에 돌아 온 것이다.


여기는 문화비축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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