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만두로 가는 길
나마스테!
32년의 직장 생활 중 찾아온 장기재직 휴가. 가고 싶은 곳은 딱 한 곳! 히말라야. 그곳으로 떠난다. 산꾼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는 히말라야의 히말은 산스크리트 어로 "눈(雪)"아라는 의미고 '알리야'는 '거쳐, 안식처'라는 뜻이다. 글자 그대로 히말라야는 눈의 안식처로 만년설이 있다는 뜻이다. 그간 40년 이상 국내외 산을 올랐지만 보름 이상 한 달의 기간이 필요한 히말라야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늘 마음속에만 묻어 두었던 히말라야였다. 기대가 컸던 탓에 늦깎이로 찾아가는 마음이 설렌다.
인천을 출발해 광저우를 경유하여 카트만두로 가는 일정이다. 인천공항에서 이번 트레킹이 함께하는 k아우를 만났다. 20여 년을 같이 산을 올랐고 체력이 좋은 아우다. 이번 트레킹은 배낭 여행식 트레킹으로 자유로운 만큼 모든 것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비용은 많이 저렴하지만 일정을 짜고 장비나 식량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비용을 떠나서 자유를 찾아가는 길에 제약이 없는 이런 여행이 좋다. 바람에 걸리지 않는 그물처럼 그리 다녀 오리라.
3월 중순은 봄날치곤 쌀쌀한 날씨에 광저우행 남방항공에 올랐다. 광저우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회갑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스스로에게 다짐해 본다. 13:45 광저우 도착해서 5시간의 기다림의 시간은 책과 마주하면서 보냈다. 이번 트레킹을 위해 준비한 책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다. 회갑이 되면서 정년퇴직을 맞이하는 건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다. 아직 나는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느껴보고 싶다. 그간 체력 훈련으로 올봄 서울 동아마라톤 대회 풀코스에 도전하여 서브-3에 도전하여 2시간 56분 35초로 목표를 달성하였고 아직까지 올라보지 못한 최고 높이인 5,545m의 칼라파타르에 도전하는 것이다.
밤이 찾아오는 19:10에 카트만두행 남방항공에 오른다. 어둠 속의 야간 비행이다. 아쉽게도 미리 히말라야 산군을 미리 만나보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체력을 아껴두려고 눈을 감는다. 22:10 카트만투 도착 예정 방송에 잠을 깼다. 밤하늘에서 내려다본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시가지는 암흑세계 그 자체다. 공항마저도 그리 밝지 않은 트리뷰반 국제공항에 내렸다. 먼저 도착비자를 받아야 한다. 30일짜리가 40$이다. 도착한 여객이 그리 많지 않아 비치된 양식에 칸을 채워 주니 즉석에서 30일짜리 비자를 찍어 준다.
공항을 나오니 예약해둔 숙소에서 픽업하려고 한글로 내 이름을 써서 나와 기다리고 있는 직원이 있어 쉽게 만났다. 동서남북도 모르는 컴컴한 어둠 속에 주차장으로 가니 주차해 둔 차 앞에 뒷차가 주차되어 꼼짝을 할 수 없다. 20여분을 기다린 끝에 그 차 운전사가 나타났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없다. 여긴 흔한 일이 듯하다. 여긴 네팔이니까.
숙소가 있는 타멜거리까지는 가로등도 없는 어두컴컴한 밤길을 달린다. 노면이 울퉁불퉁해 차가 많이도 흔들린다. 30여분을 달려 숙소에 도착하니 10년 전 인도 배낭여행 때 보았던 그 숙소와 별반 다른 게 없다. 장식이라고 하나도 없는 시멘트 바닥에 덩그러니 놓인 나무침대가 전부다. 여기는 네팔이니까. 장거리 여행이 지친 피로에 그래도 침대에 퍼질러 누우니 잠은 잘 온다. 이제 트레킹에 나서면 이것보다 더 불편한 잠자리도 많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니 이것도 감지덕지다.
카트만두의 첫날은 트레킹을 떠나기 전 하루 시차 적응하고 휴식하는 날이다. 김치찌개와 된장으로 먹는 아침식사는 한국의 맛을 여기에서도 느낄 수 있어 좋다. 식사를 하고 카트만두 시내 여행을 나섰다. 타멜거리는 늘 분잡하고 소란스럽다. 거리에는 여행자를 위한 기념품점과 식당, 숙소, 여행사와 트레커를 위한 등산장비 가게가 많다. 그리고 공포의 매연과 소음. 그 매연의 주범은 오토바이와 낡은 차량이다. 달리는 차량과 오토바이는 시도 때도 없이 클랙슨을 울리는 통에 귀가 먹먹하다.
시간을 되돌린듯한 카트만두의 거리는 옛 추억을 떠 올리게 하는 시간이다. 중심가에서 조그만 벗어나면 먼지가 풀풀 날리는 비포장 도로가 있다. 이런 풍경은 1970년대 우리의 풍경이다. 그 길에서 반세기 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 가난하게 살지만 정이 있고 행복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행복은 돈과는 무관한 게 아닐까? 트레킹을 끝내고 돌아갈 때는 무엇을 느끼게 될까. 사뭇 기대가 되는 이번 트레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