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by 별똥별라떼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반짝반짝 빛난다.

무심하게 툭, 어려워 보이는 일들을 쉬워 보이게 하는 것을 보면 경이롭다.

그런 재능조차 상상할 수 없는 노력을 해서 이룬 것인걸 알지만,

대게는 그런 노력을 해도 근처도 못 간다.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셨기 때문에 동네에 있는 모든 학원을 소위 뺑뺑이 돌았던 기억이 있다. 공부를 하는 학원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재미있게 다녔었다. 하지만 재미만 있고 재능은 그중 하나도 찾지 못했다.

어렸을 땐 내가 다 잘하는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저 학원 빨로 남들보다 조금 앞서 배웠을 뿐 '잘'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초등학생땐 바이올린을 전공하겠다며 예술중학교에 보내달라고 부모님께 졸랐다.

부모님께서는 마지못해 그 당시 꽤 비싼 바이올린도 사 주시고 레슨도 시켜 주셨다.

밥 먹는 시간 말고는 연습만 할 정도로 하루에 5~8시간씩 연습했는데 그 시간이 힘들지 않고 재미있었다. 손에 굳은살이 생겨도 오히려 뿌듯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몇 달 동안 같은 곡만 연습하는데도 어떻게 질리지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굳은살 생기고 몇 시간 연습했다고 없는 재능이 생겨나지 않았다.

내가 음악에 계속 빠져있자 "우리가 재능이 있나요? 전공해도 될까요? 이걸로 먹고살 수 있을까요?"라고 부모님이 선생님께 여쭤보셨다. 선생님은 빙빙 돌려서 답하셨지만 부모님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으셨을 거고, 또 그 빙빙 돌린 말을 이쁘게 포장해서 나한테 말씀해 주셨지만 난 무슨 뜻인지 알았다. 그건 나 혼자 짝사랑하다 받은 이별 통보였다.

지금은 집 한 구석에 처박혀 있는 바이올린. 하도 안 열어 봤기 때문에 누군가 놀러 와서 “저거 바이올린이야? 누가 연주할 줄 알아?” 하고 물어보면 “내 건데.. 아마 썩었을지도? “ 하고 농담반 걱정반으로 대답한다.


여기는 썩어가는 바이올린 엔딩이지만 또 다른 다중 우주의 나는 재능이 없어도 바이올린 전공을 고집하며 살고 있길 바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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