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나왔다고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야”
지금은 절연한 삼촌이 가족들 앞에서 나를 보며 얘기했다.
“예전엔 공부 잘했는데 지금은 저 모양 저 꼴로 산다”
지금은 거의 연락을 안 하는 아빠가 가족들 앞에서 나를 보며 얘기했다.
“아들이 딸 역할 다하지, 쟤는 아무짝에 쓸모가 없어”
지금은 조금은 친해진 엄마가 처음 보는 엄마 친구 가족들 앞에서 나를 보며 얘기했다.
“너 방금 뭐라 그랬어?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지금은 절연한 동생이 나를 때릴 듯이 다가오면서 얘기했다.
10년의 고시생활.
나는 그냥 짐덩어리였다.
죽지도 죽이지도 못하는 밉고 무거운 짐덩어리.
10년 투자의 대가로 나는 돌덩이 같은 죄책감에 짓눌려 살아왔다.
그래 내가 죄인이지...
그게 내 꿈이었든지 부모의 꿈이었든지 그게 지금 와서 합리화 수단이 될 수는 없다.
살아가자. 살아내자. 지금부터라도. 이제라도 내가 하고 싶은 거, 그렇게 하고 싶어 했던 거 마음 편히 하면서 살아내 보자.
마흔넷.
누가 그랬던가, 안 넘어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넘어진 다음이 중요하다고. 일어서는 게 조금 늦었다. 아니, 많이 늦었다.
‘말로만 하나님의 사람이라고 그만하고,
나에게 그 삶을 좀 보여달라고요 하나님!’
못 일어설 거라고 생각했는데, 일어서졌다. 아니, 일으켜 세웠다.
내가 살아보고 싶은 삶이 있으니까, 나 억울해서라도 일어날 거야.
무용지용이라고 했던가, 쓸모 있지 않아서 억압하지도 않는다고 했던가
화폐가치 없는 내 삶
정말 쓸모가 없는 삶인 걸까?
뭔가 뜨거운 게 내 안에서 스멀스멀 올라온다.
10년을 억눌러 왔던 그것.
밖으로 나가고 싶어서 난리를 치던 그것.
어지러울 정도로 공명한다.
“그래, 이제 너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라. 엄마가 미안하다.”
나는 숨을 들이쉰다, 그리고 내쉰다.
눈을 잠시 감는다, 그리고 다시 뜬다.
마흔넷.
그게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