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4] 미룸

by mul

나는 오늘도 내 할 일을 미룬다.

미룰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멀리멀리 미룬다.


그러고 있자면 불쑥 불안감이 밀려든다.

‘나 지금 이거 해야 되는데....’

머리는 안다고 하는데

마음은 모른다고 한다.

둘이 합의를 좀 못 보나.

매번 저렇게 싸워대서 원.

애먼 내 체력만 고갈된다.

몸을 안 쓰는데 몸이 피곤해진다.

머리를 안 쓰는데 머리가 시끄러워진다.


해야 하는데, 아는데, 해야 하는데, 아는데....

찝찝한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몸은 점점 더 무거워진다.


완벽하게 하려고 아예 안 하는 거라면서,

모 아니면 도네?

근데 거의 도니까

그럼 그냥 개나 걸을 던지려고 애초에 노리는 게 낫잖아.

윷도 좀 부담되니까.

아니야?

시끄러운 소리가 계속 웅웅거린다.


‘아, 쫌!

이럴 거면 그냥 아까 시작했지!’


지금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억은 과거로 흘러간다. 그리고 자책. 비난. 연민.

그렇게 내일의 나에게 또 한 짐을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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