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덤한 어른이 되어도 잊지 않기를 바라며
나이를 먹을수록 뇌가 기억하는 큰 이슈가 줄어든다고 한다. 하루가 빠르게 흐르고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것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뇌가 더는 특별한 기억으로 저장하지 않기 때문일까.
친구들과 만나면 예전 이야기를 자주 꺼내는 것도 그 시절의 기억이 더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지금의 삶은 반복의 연속이지만 그때의 우리는 처음 마주하는 일들이 많았고 그 시절은 우리에게 찬란한 날들이었다.
이제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서 그만큼의 경험치도 쌓였다. 그래서인지 어떤 일이 생겨도 이미 겪어본 일이라는 듯 덤덤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첫사랑의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는 것도 같은 맥락 아닐까. 난생처음 겪는 감정의 소용돌이.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점점 성숙해지고 노련해지지만 그만큼 감정을 표현하는 법은 잊은 채 건조한 삶을 살아간다. 그럼에도 우리가 함께한 시간만큼은 온전히 느껴졌기를 바란다. 내가 없는 시간도 다채롭길...
봄이면 꽃 한 다발 사서 봄기운을 느낄 수 있기를.
여름이면 시원한 콩국수 한 그릇에 입이 행복하길.
가을이면 등산하며 낙엽 지는 나무를 바라보길.
겨울이면 눈 덮인 거리에서 발자국 꽃을 발견하며 나를 떠올리기를.
변해가는 계절 속에서 우리의 ‘처음’이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그리움이 사무칠 때마다 꺼내볼게. 너와 함께했던 그 계절들을.
무덤덤해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