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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아빠 Nov 02. 2023

05 포르쉐를 팔고 캐스퍼를 산 이유

세상에 보여주는 너의 모습

아빠는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어. 조리원에서 널 소중하게 안고 나와 조심스럽게 카시트에 태우고 넌 뭔가 불편했는지 계속 울고 있었고 엄마는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 너를 달래고 있었고 아빠는 어쩔 줄 몰라했지. 그렇게 네가 처음 뽀붕이를 만나게 되었어. 그렇게 너의 첫 차는 포르쉐였지


지오가 돌 되기 전즈음 엄마 아빠의 지상 목표는 저녁에 널 빨리 재우는 거였어. 그래야 엄마도 아빠도 한숨 돌리고 좀 쉴 수 있었거든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지오가 차에서 너무 쉽게 잠든다는 걸 알게 된 거야. 지오가 차 타면 멀미 때문인지 엔진 소리나 진동 때문인지 차 타면 너무 편안하게 잠들더라고 그리고 그렇게 온 가족이 차 타고 밤에 드라이브하는 것도 너무 좋았어. 그 이후로는 거의 매일 너는 차 타고 잠들고 아빠는 늘 잠든 지오를 안고 올라왔지. 덕분에 지오 쉽게 재우고 엄마랑 야식도 먹고 그랬어. 덕분에 엄마 이빠 둘 다 10킬로는 늘어난 것 같아.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빠 영향이었는지 너는 어릴 때 유독 자동차 장난감을 좋아했고 장난감 자동차의 진짜 자동차를 보려고 아빠랑 다양한 브랜드의 자동차 매장도 돌아다니곤 했어. 특히 일산 포르쉐 매장이랑 인천 bmw드라이빙센터와 압구정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자주 갔었어. 사실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브랜드 3가 지지.


그렇게 하루하루 감사와 기쁨으로 지오를 키우던 어느 날 지오가 유치원 친구들과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지. ‘너네 차는 그랜저구나. 아하, 너네 차는 벤츠구나. 우리 차는 포르쉐 마칸인데.’ 라고 밝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지오를 보고 아빠는 순간 아차 싶었어. 우리에겐 재미있는 놀이였을 뿐인 것들이 지오가 지오 나름대로 사회생활을 하며 크게 의미를 두지 않은 말들로 다른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게 될 수도 있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그 오해가 오해가 아니게 될 수도 있다고 아빠는 생각했어. 잠시 당황스러웠고 고민스러웠지만 아빠는 금방 모든 판단을 할 수 있었지. 이번 기회에 너에게 알려주고 싶었어. 자동차는 어떤 건지, 그리고 이걸 계기로 무엇을 남겨야 할지. 그리고 아빠는 우리의 추억이 가득한 우리의 뽀붕이를 즉시 팔았어. 마침 아빠랑 친한 친구 중에 한 명이 우리 뽀붕이를 사갔어.


포르쉐를 팔고 캐스퍼를 구매!

그리고 아빠는 그 당시 현대 자동차에서 가장 저렴하고 작은 경차를 구입했지. 그렇게 우리는 작고 귀여운 캐스퐁을 우리 가족으로 맞이한 지 1년이 되었어. 


아빠는 지난 1년간 경차를 타면서 아주 많은 걸 배웠어.


이번에 차를 경차로 바꾸면서 뭔가 아빠 스스로도 컨셉추얼 한 리프레시가 필요해 티 나는 명품을 중고 마켓에 다 처분했어.

변한 아빠 모습에 어설픈 관계의 몇몇 지인들의 아빠를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어. 어떤 이들은 예전과 달리 아빠를 무시하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이는 뭔가 위심스럽게 바라보는 이도 있었으며 어떤 이는 언제나와 똑같이 대하는 이도 있었어. 그런데 아빠는 분명히 포르쉐를 탈 때보다 부유해졌고 명품을 두르고 있을 때보다 여유 있어졌거든.

아빠의 경차와 스파브랜드 옷차림이 사실은 또 다른 콘셉트임을 알아보는 몇몇 예리한 지인들도 있었어 그렇게 아빠는 이번 계기로 예리한 이들과 뭉툭한 이들을 더 쉽게 구분할 수 있게 되었으며 

얄팍하고 우매한 이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도 매우 재미있었지. 

그렇게 아빠는 사람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게 되었어.


다시 캐스퐁은 떠나고 조금 더 편안한 제범이로 바뀌지만 지오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들이 있어.


지오도 스스로 설명하긴 어렵겠지만 자동차의 의미를 느꼈을 거라 확신해. 최소한 포르쉐 타는 사람이 아무런 경제적 어려움 없이도 그냥 국산 경차로 쉽게 바꿔버릴 수 있다는 건 느꼈을 거야. 

하지만 아직 어려서 희미한 기억으로 남을지 모르니 아빠가 분명하게 정리해 줄게.


자동차는 분명히 이동수단이야. 조금 더 보태면 장난감 정도야. 자동차는 물론이고 겉으로 보이는 시계나 옷 네가 살고 있는 집 따위가 절대로 널 표현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돼.


이건 부자아빠 가난한아빠 이야기의 짝퉁이 아니야! 완전히 다른 이야기지!


아빠 이야기는 로버트기요사키 등의 경제논리에 나오는 자산에 대한 이야기가 절대 아니야.


자동차, 옷, 시계, 신발, 네가 사는 집은 물론이고 영리한 이들이 칭찬하며 의미 있는 자산이라고 자랑하는 부동산도 주식도 통장 잔고도 금도 암호화폐도 그 외의 모든 이미 네가 가진 물질적인 것들 혹은 앞으로 갖게 될 수많은 물질적인 모든 것들도 다 너를 표현하고 보여주는 수단이 되어선 안돼.


세상에 보여주는 너의 모습은 오직 ‘너의 철학, 너의 태도, 너의 행동’이어야해.


명심해 오직 이것만이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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