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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바꿔

말의 저작권

by 나철여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93년도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말도 저장했었다.

그때 내게는 '남편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소리로 들렸다. 남편이 벌어다 주던 월급쟁이 생활에서 옷쟁이로 바뀌는 시점이기도 하다.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소심한 내 성격부터 바꿔 장사를 했다. 27년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이 가게문을 열었고, 엄청난 외환위기와 IMF도 거쳤다. 자영업자는 누구나 맘 편히 쉴 날이 없다.


휴대폰 불량률이 11%에 달하자 수백억 원어치 휴대폰을 쌓아놓고 ‘화형식’까지 하는 장면은 잊을 수 없다. 최고를 위해 새로운 조직 문화를 구축했던 삼성처럼 나도 최고의 작품에 도전하기 위해 단호한 결심으로 썼던 드라마 공모전 글을 하나씩 소각해 나갔던 기억이 있다.


말의 힘은 강력하다.

아직도 내손에 갤럭시 폰과 탭 그리고 삼성전자주식 증권이 들려있는 걸 보면 다 그 말의 힘이 분명하다.


나는 아날로그 세대다.

삐삐시절부터 27년간 옷장사를 했었다.

옷장사를 그만둔 지금, 5G의 광속 혜택 속에 하루에도 수많은 영상과 글들을 접하지만 무심코 퍼다 나른 영상과 글들이 저작권을 침해하진 않을까 노심초사다. 글을 쓸 때도 출처와 저자는 꼭 밝혀야 하는데 칠순을 코앞에 두니 결코 쉽지만은 않다.

이제 스마트 시대로 AI가 발달하니 딥페이크(Deepfake) 때문에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기도 망설여진다.

저작권은 알고도 당하는데, 모르면 쥐도 새도 모르게 권리를 빼앗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휴대폰을 바꿨다.

액정이 깨져 수리견적을 받으니 기존 폰값의 절반이었다.

아날로그 세대이지만 스마트시대에 살고 있으니 모든 게 숨차고 버겁다. 이제 휴대폰은 신체기능 이상을 담당한다. 지난 주말 휴대폰을 잃어버릴 뻔하면서 새삼 깨달은 바다.

나이가 드니 감각도 떨어져 휴대폰이 주머니에서 빠져나간 줄도 모르고, 두 시간 후에 놀이터에서 다시 찾았는데 액정이 깨져 있었다. 놀이터에서 다섯 살 손주 그네를 밀어주다 생긴 일이다.


새것은 좋지만 다 좋은 건 아니다.

또다시 로그인을 해야 하는 애플리케이션들을 다루기도 만만찮은 나이다. 따로 저장해 둔 비밀번호조차 어디에 저장했는지 까먹는데, 눈도 어두워지고 걸음도 느려지는데, 세상의 디지털 기기는 빛의 속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변하는 첨단기술을 따라가기 위해 마음부터 고쳐 먹는다.

더듬거리면서라도 스마트폰 어플을 깔고 플랫폼에 안착하면 누릴 수 있는 게 참 많다.


글도 그렇다.

남들이 먼저 써버려서 더 이상 쓸게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생각을 바꾸면,

걷다 보면,

도처에 깔린 게 글감이다.

나의 글쓰기는 뭔가를 이루려기보다 슬픔을 이겨내고 숨구멍을 트기 위한 글이다.

일단 찍어, 일단 그려, 그리고 그냥 쓰는 거야. 나이 들었다는 생각도 바꿔야 한다.


새 폰을 장만하고 AI Gemini에게 말을 걸었다.


"저작권에 대해 글을 쓰려고 해."


안녕하세요! 영감을 줄 만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해 드릴게요.

혹시 '헨리에타 랙스'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그녀는 1951년 자궁경부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 더욱 특별해졌습니다.

헨리에타 랙스의 암세포는 그녀의 동의 없이 의학 연구 목적으로 채취되었고, 놀랍게도 실험실 환경에서 무한히 증식하는 불멸의 세포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세포들은 그녀의 이름을 따서 '헬라 세포(HeLa cells)'라고 불리게 되었죠.

헬라 세포는 소아마비 백신 개발, 암 연구, 유전자 지도 작성, 심지어 우주 공간에서의 인체 영향 연구에까지 활용되며 현대 의학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헨리에타 랙스와 그녀의 가족은 오랫동안 이 사실을 알지 못했고,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헬라 세포로부터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과학적 발견의 놀라운 가능성과 함께 의료 윤리 및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져줍니다. 한 개인의 세포가 인류의 건강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간과되었던 윤리적 문제들은 우리에게 깊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죠.


어떠신가요? 이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영감을 드렸기를 바랍니다. 혹시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 구글 AI Gemini


마찬가지로,

한 개인의 글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하는 그 과정에서 간과되었던 윤리적인 문제들, 이번 기회에 깊이 생각해 본다. 고마워 제미니!


속엣말이든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이든
글이나 말은 또 하나의 창작예술임에 틀림없다.


산전수전 겪으면서 노년에 펜을 잡았다. 가슴속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잉크 한 방울, 그 잉크를 찍어 여낼 공간을 찾아 비집고 든다. 27년 옷쟁이를 하며 숨고를 겨를도 없이, 닥치는 대로 문제해결을 했던 나는 에피소드 부자다.


글도 못 쓰면서 가끔 부질없는 상상과 걱정을 한다.

'나의 에피소드에 누군가 옷을 살짝 바꿔 입혀 세상에 내보내면 감쪽같이 모를 수도 있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에 글을 올리거나 공모전에도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하지만 내 글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뜨뜻미지근 뭔가 말하려다 마는, 그런 글을 찔끔찔끔 쓰고 있다. '혹시 알아? 언젠가 당첨될지...'


자라면서 오빠들에게 뜻도 잘 모르고 들었 말이 있다.

'먼저 본 놈이 장땡이다'라는 말이다.

5남 1녀, 우리 육 남매의 경쟁은 남달랐다. 가장 치열했던 기억은 밥상머리였다. 그중에도 김 쟁탈전은 더 치열했다. 연탄불에 그을린 김이다. 똑같이 나눠줘도 밥상 밑에 숨긴 내 김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였다. 아버지 밥상은 늘 따로 차려진다. 아버지가 물린 밥상엔 항상 특별한 반찬이 남아 있었다. 하얀 쌀밥도 그랬고, 참기름 몇 방울 띄운 간장 종지까지 특별했다. 아버지는 항상 1순위다. 남긴 건 먼저 손 닿는 사람이 임자였다. 5남 1녀 중 다섯째로 태어난 나는 늘 구경꾼이다. 막내는 막내라서 엄마가 챙겨주고 고명딸이니 양념딸이니 하는 수식어는 말뿐, 늘 아들들이 아버지 다음 순위였다. 눈물만이 나의 무기였다. 그렇게 내 밥그릇의 보리밥은 늘 식어있었다.


언젠가부터 내 글도 식어가기 시작했다.

'흉보며 닮는다'라는 말에 얽힌 나의 스토리가 어느 날 다른 사람의 블로그에 실려 있었다.

도둑맞은 심정을 아는가.

정교함에 복사를 교묘하게 붙여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촉이 작동한다.


밥상 밑에 숨겨놓고 먹던 김처럼 누군가 훔쳐먹고 입 싹 닦는 것 같은, 저작권도 먼저 챙기는 사람이 임자인가.

나도 모르게 빼앗겼만, 식어버린 글들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었던 건 생각을 바꾸는 거였.

'영원한 비밀이 없듯 영원히 나만의 것은 없구나.'

진짜 엄마를 가려내는 성서 속 솔로몬의 지혜도 스쳤다.

결국 저작권도 물리적인 조치가 없으면 예술의 창작력도 사라질 것이다.



질문도 르면 못하지. 조금씩 알게 되니 질문도 늘어난다.

이어지는 나의 질문에 모범답안 같은 Gemini의 답을 들었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저작권은 크게 저작 인격권과 저작 재산권 둘로 나뉜다는 지식정보도 친절하고 상세하게 가르쳐 주었다.


말의 저작권도 있을 법 해 물어보았다.


네, "말" 자체에 대한 저작권은 일반적으로 인정되지 않아요. 저작권은 창작적인 표현물에 대한 권리인데, 개별적인 단어나 짧은 구는 창작성이 부족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저작권이 발생할 수 있어요.

* 문학 작품 속 대사: 소설, 희곡, 영화 시나리오 등에서 등장인물의 개성을 드러내거나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창작적인 대사는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어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문장이 아니라, 작가의 창의적인 표현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죠.

* 강연이나 연설문: 특정한 주제에 대해 창의적인 내용 구성과 표현으로 이루어진 강연이나 연설문은 저작물로 인정받아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어요.

* 음악 가사: 노래 가사는 시적인 표현과 운율 등을 통해 창작성을 인정받아 저작권으로 보호받아요.

* 광고 문구: 독창적이고 기억에 남는 광고 문구 역시 창작성을 인정받아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있어요.

결론적으로, 일상적인 대화나

단순한 정보 전달을 위한 "말"에는 저작권이 없지만, 창작적인 표현이 담긴 특정한 "말"의 집합체는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마치 개별적인 단어에는 저작권이 없지만, 그 단어들을 창의적으로 배열하여 만든 소설이나 시에는 저작권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하시면 쉬울 거예요.

방금 알았지만 오래갈 것 같다.
혹시 특정 상황이나 궁금한 "말"이 있으시면 더 자세히 설명해 드릴 수 있어요.


오케이, 마지막으로

"저작권 글을 쓰는데 표지 하나 만들어 줘"

했더니 뚝딱 만들어 줬다. 참 좋은 세상이다.

(대문사진 출처는 Gemini로부터)


산책하다 그냥 찍었다. 한 마리는 나무뒤에 숨었다. 내 글은 생선이 아니야 노려보지 마... by. 철여

하루를 담아낸 폰 속 갤러리는 소중한 보석상자 같다.
나를 그냥 웃게 한다.

"길냥이 너희들의 그 순간은 나만의 작품이야!"

"이 글이 당첨되면 꼭 생선 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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