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y Mountains of package tour is Lucky
하루하루 늙어가니까 가장 젊은 지금, 아무튼, 떠나기로 했다.
아직은 돌아봐도 내려다봐도 올려다봐도 감사한 날들이다.
여행의 시간은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는 양의 시간이다.
여행은 쉼을 말했고 회복을 말했고 적어도 즐거움을 말했다.
길지 않은 여행이지만 날씨부터 멤버까지 모두 나의 행복한 투어를 도왔다.
여행 가기 전 15일, 다녀온 후 15일, 모두 여행기간 9박을 빛내기 위한 날들이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약속한 말처럼 실천하기가 쉽지 않음을 새삼 깨닫는다. 브런치스토리에 여행매거진으로 실시간 쓰겠다던 큰소리도 슬그머니 밀쳤다.
디데이를 설정하고 미리 흠뻑 젖은 여행의 설렘도 그랬고 다녀와서 사진을 들여다보며 되새김질하는 날들도 그저 혼자 행복하다. 여행 사진을 줄이고 줄여도 오백 장이 넘는다. 드론을 띄운 듯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비운 캐리어를 보니 또 떠나고 싶다. 선명한 사진들을 보며 다시 조용한 희망을 꿈꾼다.
https://brunch.co.kr/@58ab10bb53d9448/263
떠나기 전 염려는 모두 공중부양 시키고 두 팔 벌려 높이 날아올랐다.
브런치 들고 떠난다며 챙겼던 브런치스토리도 함께 탑승, 고도의 기압상승은 귀뿐 아니라 마음까지 먹먹하게 했다. 아무 생각 없다. 너무 가볍다.
인천공항에서 미국 시애틀까지 11시간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도 거뜬한 건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보는 시작이었다.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여행은 처음이다. 시애틀 공항에 도착하여 짐 찾은 후 입국심사와 세관을 통과하면 천장에 비행기 모형 (대문사진) 아래서 현지 가이드를 만나기로 안내되었었다.
드디어 시애틀 공항에서 기다리는 여행사의 가이드와 첫 만남, 첫인상이 좋았다.
우리가 도착하기 직전까지 비가 내렸다는 가이드의 말이 믿기지 않을 만큼 날씨가 좋았다. 가이드의 예감은 늘 적중했단다. 우리 여행은 러키할 거라는 예감을 했다.
이번처럼 12명의 단체로 맞춰지면 여행사 단독으로 진행하기 딱 좋은 조합이란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다. 여행에서 사람을 보지 않기로 다짐했다. 자연만 바라보기를 다짐했지만 낯선 사람들 사이에 희망이 보인다. 한눈에 봐도 나잇대가 비슷하고 서너 그룹이다. 모두 한 버스에 올라타며 먼저 눈인사를 건넨다.
올케언니랑 우린 눈치 볼 것 없이 맨 앞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캐나다 이민 15년 차 실비아 브런치작가님의 여행 팁은 내 머릿속에 단단히 상기되어 있었고, 자연스럽게 자리매김으로 이어졌다. 시야가 탁 트인 앞자리다.
처음에 한번 앉은자리는 여행 내내 자기 자리가 되는 걸 알게 해 준 실비아 님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https://brunch.co.kr/@canadasylvia/245
브런치에서 글벗으로 안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금세 친해져 버린 실비아작가님도 우리 여행의 동반자 같았다. 이미 세 권의 브런치북을 통해 로키산맥에서 만큼은 선구자 역할을 해 준 실비아작가님은 소중한 인연이다.
우린 여행 떠나기 전부터 작가와의 소통 메일에서 여행사 스케줄을 주고받았고, 로키투어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문서화로 요약해 줘서 여행 내내 지침서로 들고 다녔다.
족집게 과외교사처럼 뷰포인트까지 살뜰하게 짚어줬다.
여행, 첫 스타트는 스타벅스 리저브
시애틀 하면 스타벅스? 커피보다 홍차에 익숙한 세대지만 루이버스티와 보이차를 건너 뒤늦게 커피맛을 알아버린 나, 세계의 다국적기업으로 잘난? 스타벅스 본사 앞에 서 있다.
안으로 들어갔다.
매일 아침 출근 전 커피를 뽑아 텀블러에 담고 출근하는 며느리가 떠올랐다. 텀블러와 커피잔 세트를 집어 들고 계산대에 줄 서서 기다리는 순간 나는 이미 멋진 시엄니다. 다시 못 올 스벅본사 발 빠르게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찰칵찰칵 인증숏부터 남겨야 한다.
노년에 생기는 염치불고에 애바름이다. 직원들만 다니는 공간에 멋진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손사래 대신 경비원이 웃으며 살짝 문을 열어줬다. 얼른 들어가 폰카의 셔터를 마구 눌렀다. 앗, 셔터음이 울리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언제부턴 지모르지만 몰카방지를 위한 셔터음이있었다)는 자막이 순식간 지나갔는데 아직 그 이유를 모르겠다. ( 도착하니 다시 셔터음이 들린다)
서로에게 충실한 우리 부부는 불문율이 하나 있다.
집 나오면 절대 서로 안부 전화하는 법이 없었다. 수십 년 동안 지켜오던 그 룰이 이번여행에서 깨졌다. 아니 깨기로 했다. 내가 먼저 깼다. 페이스톡에 어색한 남편, 반가워 어쩔 줄 모른다. 로밍도 안 하고 떠났다. 사업하는 사람도 아니고 급한 일 있으면 로밍해 온 올케언니에게 연락할 테고, 호텔 와이파이로도 충분할 거란 알뜰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캐나다 도착해 첫 숙박호텔 도착 이틀까지 나의 목소리는 들려줄 수 없었다.
남편은 그 이틀 사이에 단 한 번의 문자도 없었던 이유를 알 리 없다. (여행 시작부터 휴대폰 분실했던 사건은 댓글에서)
